금융위기를 최고의 기회로, 황성환 대표의 '연금술' [성장가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①설립 11년만에 '변방' 자문사→공모펀드 운용사…성과주의·종업원지주제 시스템 구축
서정은 기자공개 2019-08-07 13:00: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31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워너비'로 늘 꼽힌다. 오랜 기간 흔들림 없는 성과를 유지한 덕에 판매사, 투자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확실한 뒷배경 없이 오직 운용 실력으로 승부해 왔기에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성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자문사 설립 11년만에 공모 시장까지 넘보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발돋움하게 됐다.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변방에서 펀드 업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변치 않는 운용철학, 맨파워를 극대화시킨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조직 관리 비결은 꾸준한 성장의 비결이다.
◇2008년 금융위기, 기회로 만든 '승부사' 황성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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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폴리오자산운용을 이끄는 인물은 황성환 대표(사진)다. 회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그는 197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했다. 운용업계를 주름 잡고 있는 서울대 가치투자동아리 '스믹(SMIC)' 1기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각종 증권사 투자대회에서 우승하며 명성을 떨쳤는데, 이 경력을 토대로 대우증권 딜링룸에 입사해 제도권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입사 후 1년만인 2005년 그는 본인의 운용철학을 펼치기 위해 돌연 사표를 던졌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전인 2003년에 설정된 사모펀드를 인수해 운용해오다 법인을 만들었다. 이 곳이 바로 타임폴리오앤컴퍼니다. 그는 본인 자금과 지인 자금 등을 모아 운용사 전환 전까지 자금을 운용해왔다. 약 10년의 기간 동안 한차례의 마이너스(-) 없이 연 10%에 가까운 성과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08년 자본금 증자를 거쳐 상호를 타임폴리오투자자문으로 변경했다. 그 해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 등록을 마치며 고객들의 자금을 받기 시작했다. 세간에 알려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트랙레코드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생사였던 타임폴리오투자자문이 이름을 떨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당시 황 대표는 지수 선물, 현금 비중 등을 통해 성과를 방어하며 연 14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덕에 강남 재력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설립 초기 대응을 잘한데다 회사의 고유재산을 사모펀드에 모두 투자한 덕에 회사는 자문사 전환 1년만인 2009년(3월결산) 약 34억원의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높은 수익률 목표보단 꾸준한 성과"..덩치 욕심보다 안정적 수익 '방점'
지난 6월 말 기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전체 20개 헤지펀드 잔고는 1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100억원 이상 트랙레코드를 쌓은 펀드는 15개, 1조34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펀드는 올 상반기 평균 3.83%, 누적 기준 19.09%의 수익률에 달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운용성과가 가장 큰 힘이 됐다. 단순히 수익률이 좋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세웠던 철학과 공언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타사와 차별화된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투자자들에게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대신 꾸준한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한다. 1년이 아닌 6개월 단위 결산을 하는 것도 운용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최정상일 때 속도조절을 해 온 것도 운용 성과를 지켜야한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자문사 시절 ARS 시장 열풍에 힘입어 이름을 알렸다. 2014년~2015년 시장은 원금을 시키면서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ARS 상품에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매년 플러스(+) 성과를 내온 타임폴리오의 자문 상품이 인기를 끈 건 당연했다. 연 8%대 성과덕에 당시 신한금융투자 ARS 잔고의 상당수가 타임폴리오에 쏠렸다.
하지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2014년 7월 경 소프트클로징을 결정했다. 몸집을 키우기 보다 수익률 관리를 통해 미래를 도모해야한다는 취지였다. 이 때 보여준 운용 역량과 리스크관리 전략 등이 평판이 돼 향후 사모 운용사 전환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공모 운용사 전환을 신청한지 약 두달만인 이달 중순 인가를 내줬다.
운용사 전환 이후에도 이같은 기조는 변함이 없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사모 운용사 전환 첫날에 3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릴 정도로 유례없는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자금 모집 없이 판매를 중단했다. 2017년에도 'The Time-A2·H2·Q2·M2'를 신규로 내놓은 뒤 설정액 1조원이 달성되자 소프트클로징에 나섰다.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공모펀드를 출시한 뒤에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2000억원 가량이 모이면 모집을 중단할 계획이다.
◇ 멀티매니저시스템·종업원지주제·철저한성과주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조직 시스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멀티매니저를 통해 맨파워를 극대화시키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통해 인력을 관리해왔다. 효율성을 근간으로 한 이같은 조직관리 노하우는 많은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벤치마킹하는 전략이 됐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펀드운용 뿐 아니라 전략 등에서도 멀티시스템을 구축해오고 있다. 특정 매니저나 단일 전략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안전장치를 마련해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황 대표는 자문사 시절부터 이같은 운용방식을 고민하다 우연히 읽은 책에서 외국 헤지펀드사들의 사례를 보고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황 대표가 운용총괄을 맡고 있지만 매니저들은 본인의 전공을 살려 펀드 운용에 두루 개입한다. 시장 부침이 유독 심했던 2018년 하반기를 제외하고 플러스(+) 성과를 낸 비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매일 아침, 수요일 점심, 일요일 오후마다 운용회의를 통해 여러 의견을 공유하며 멀티매니저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가 이뤄진다.
파격적인 성과급이나 종업원 지주제 또한 회사의 경영이념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 인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성과급을 올려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회사 내 자체적인 시스템을 통해 실적을 평가하는데, 수십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지주제를 지향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초기 멤버 뿐만 아니라 회사 성장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지분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자문사 시절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70%대에 이르는 황 대표의 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돈독한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취지에 따라 임직원들을 주주로 대거 참여시킨 결과다.
지난 3월 말 기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황성환 대표로 40.2%를 보유 중이다. 황 대표의 부인인 이경화(17.2%)씨의 지분을 포함하면 총 57.4%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뒤를 이어 차문현 부사장(11%), 자기주식(4.2%) 순이다. 나머지 27.3%의 지분은 모두 임직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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