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0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이 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의 부품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공작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인 수치제어반(NC) 수급 상당량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작기계 업체들 중 한화정밀기계는 일본 화낙과 독일 지멘스 양쪽으로부터 NC를 수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멘스에 비해 화낙 NC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유사 상황에는 지멘스 NC로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한화정밀기계 홈페이지

5일 한화정밀기계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한화정밀기계는 생산하고 있는 공작기계 제품 13개 중 10개에 화낙의 NC를 적용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의 공작기계는 크게 XD시리즈, XD시리즈, XE시리즈, XP시리즈, STL 등으로 나뉘는데, 이중 STL모델에는 독일 지멘스 NC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과 달리 실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경우 독일 지멘스와 일본 화낙의 NC 모두 적용 가능하다는 게 한화정밀기계 측 설명이다. 한화정밀기계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나온 사양은 단순히 제품 제작 당시 적용된 NC를 나타내고 있다"며 "고객 요구에 따라 일본 화낙과 독일 지멘스 두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장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작기계는 이른바 기계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라 불리며 금속을 깎거나 구멍을 뚫고 연마하는 데 활용된다. 금속을 깎는 방법이나 공작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수평 선반, 밀링머신, 평삭기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공작기계에 적용되는 NC는 쉽게 말해 기계를 조작하는 컨트롤러라고 볼 수 있다. NC는 일종의 컴퓨터로 입출력·연산·제어·기억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사용자는 NC를 통해 공작작업을 수행한다. 공작기계의 위치와 속도, 스핀들 회전 등과 같은 기능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식이다.

세계 NC시장은 일본 화낙과 독일 지멘스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일본의 세계 NC시장 점유비중은 58.4%에 달한다.

한화정밀기계는 일본으로부터 NC 수급이 막힌다 하더라도 독일 지멘스 제품을 통해 수급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명도는 낮지만 다른 국가 제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세우고 있다. 한화정밀기계 관계자는 "중국과 이스라엘에도 NC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NC 대체품을 확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출처:한화에어로스페이스 1분기 보고서

다만 NC의 경우 수급에 문제가 없더라도 NC를 활용하는 수요업체 측에서는 거부반응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NC는 작동방법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탓에 사용자들이 관성적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낙이 국내 NC 시장에서 차지하는 정확한 점유비중은 알려진 바 없지만 국내 대부분 업체들이 화낙의 NC를 사용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화낙의 국내 NC 점유율이 90%가 넘어서 수출이 제한되면 제조업체들이 상당히 불편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전부터 화낙 NC를 사용하다 보니 계속해서 익숙한 제품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지멘스나 하이덴하임 등의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새로운 작동법을 익히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