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08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 봄, 금융당국은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중국기업의 한국 상장 유치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그해 여름에는 중국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을 돕기 위해 역외지주회사 상장 관련 제도를 마련했다.당시 한국은 IT와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던 상태였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신규 우량 기업을 발굴하기 어려워지자 중국기업을 공략했다. 지리적 접근성,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중국은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당국은 성장성 높은 기업을 국내에 상장시켜 국내 증권시장의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길 기대했다.
그러나 13년이 흐른 2019년 금융당국은 상장 규정에 일부 조항을 추가해 중국기업의 상장길을 차단했다.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잇따라 발생하는 중국기업의 회계 부정 문제가 한몫했다. 올해까지 국내에 상장한 24곳의 중국기업 가운데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회계 논란으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11곳에 달한다. 올해도 회계 부정 사례는 이어졌고 앞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중국' 기업이어서 잘못했다고 지적하기엔 무리가 있어보인다. 2009년 코스닥에 입성했던 일본 기업인 네프로아이티는 대주주가 유상증자 청약증거금을 횡령하면서 2년만에 상장폐지 됐다. 자본시장 시스템이 자리잡은 일본 기업이라 해도 사고 치는 기업은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 상장한 외국기업 중 중국기업 비중이 70%를 차지하고 있어 사례가 부각될 뿐이다.
금융당국이 중국기업의 본질적인 문제와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만 도려내는 식의 미봉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 관련 기업으로 산업군 제한, 상장 주관사의 의무인수 물량 확대, 철저한 기업실사(Due Diligence) 등 다른 방법을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당국은 물론 국내 투자자가 10년 넘게 중국기업에 지불했던 '수업료'가 아까워서라도 말이다.
중국과 척지고 살 것도 아닌데 한순간에 중국기업에 문을 닫아버린 당국의 선택은 아쉬울 따름이다. 결국 이렇다할 성과 없이 중국기업 IPO는 막을 내렸다.
금융당국은 중국을 포기한 대신 미국, 일본 등 해외 바이오 기업에 상장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몇 년 후에 해외 바이오 기업의 상장 규정 개정안이 나오는 건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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