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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어느 전설적인 경영자의 노쇠와 장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9-02 07:50:03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6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에 바이아컴(Viacom)은 CBS와 바이아컴으로 나누어졌다. CBS가 법률적으로는 구 바이아컴을 승계하고 이름은 같지만 새 바이아컴은 신생회사가 되었다. 바이아컴은 현재 매출 기준 글로벌 9위의 미디어 회사다. CBS와 바이아컴은 양자 공히 내셔널 어뮤즈먼츠(National Amusements)의 지배하에 있고(각각 약 80%) 내셔널 어뮤즈먼트츠는 바이아컴의 창업자인 섬너 레드스톤(96세)과 패밀리의 지배하에 있다. 내셔널 어뮤즈먼츠는 차등의결권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CBS와 바이아컴은 분리된 지 거의 15년만인 올해 안으로 다시 한 회사 바이아컴CBS(ViacomCBS)로 합쳐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파라마운트, MTV, 출판사 사이먼 & 슈스터도 다시 한 지붕 안에 들어오게 된다.

2016년에 바이아컴은 당시 CEO 다우먼을 경질했다. 여기서 화해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심각한 법률분쟁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3개월 동안 3인의 CEO가 등장하는 곡절이 있었다. 레드스톤은 다우먼 측 이사 4인도 같이 퇴임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사 수를 16인으로 늘렸다. 그리고 레드스톤은 바이아컴과 CBS를 합치려고 했다. 그러나 실패했고 그 결과 바이아컴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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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섬너 레드스톤의 건강상태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정도이기 때문에 딸 샤리 레드스톤이 지배구조의 중심인물이다. 샤리 레드스톤의 3년간에 걸친 노력 끝에 결국 두 회사는 합쳐지게 되었다. 이 딜에는 특히 CBS의 CEO와 이사회가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CBS의 CEO는 작년 가을에 잇따른 성추행 의혹으로 갑작스럽게 축출되었다. 결국 샤리 레드스톤이 승리했고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게 되었다. 샤리 레드스톤은 바이아컴CBS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명실공히 2세 승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패밀리와 이사회의 충돌과 별개로 패밀리 내부의 분쟁도 있었다. 샤리 레드스톤에게는 세 살 위인 오빠가 있는데 변호사 브렌트 레드스톤이다. 내셔널 어뮤즈먼츠 사외이사도 겸했다. 그러나 부친이 회사의 운영에서 여동생을 선호하면서 이사직에서 해임되었고 2003년과 2006년에 부친과 여동생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이 분쟁은 화해로 끝났다. 내셔널 어뮤즈먼츠 지분 1/6을 부친과 여동생에게 매각하는 조건이었다고 알려진다. 현재 섬너 레드스콘과 샤리 레드스톤이 약 8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분쟁은 대를 이었다. 2016년에 브렌트 레드스톤의 딸 커린 레드스톤이 조부의 판단력에 이의를 제기하며 조부의 여자친구 매뉴엘라 허처의 소송에 우호적으로 참가신청을 하기도 했다. 허처는 섬너 레드스톤과 동거하면서 가사를 돌본 사람이다. 이 소송 과정에서는 레드스톤패밀리가 섬너 레드스톤의 연명치료에 관해 심각한 다툼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허처와 커린 레드스톤은 샤리 레드스톤이 섬너 레드스톤의 치료와 건강상의 결정권을 독점하는 데 반대했고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분쟁의 본질은 상속과 유언에 관한 것이었다.

섬너 레드스톤은 하버드대 로스쿨 1947년 졸업생이다. 보스턴 서쪽 빈민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다. 유서 깊은 보스턴 라틴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2차 대전 중에 하버드를 다녔고 일본군의 고급 암호를 해독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군이 쓰던 주방기구 장사로 학비를 벌었다. 졸업 후에 워싱턴 대형 로펌의 파트너가 되었다. 1954년에 부친이 창업한 2개의 드라이브인 극장 운영에 참가했고 내셔널 어뮤즈먼츠를 세웠다. 이제는 보편화 되었지만 객석이 적은 여러 개의 영화관을 한꺼번에 운영하는 멀티플렉스가 레드스톤의 아이디어였다.

레드스톤은 1979년에 보스턴의 한 호텔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어 30시간의 수술을 받아 회생했다.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료진의 우려와는 달리 8년 후에는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테니스를 칠 수 있게 되었고 바이아컴은 그때 4개월이 걸린 적대적 M&A 끝에 인수한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왕국으로 성장시켰다.

레드스톤은 그만큼 인생과 사업에 유달리 강한 애착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노쇠와 장수가 겹쳐 개인과 가족사가 불행해졌고 그 여파로 자신이 일군 사업들도 같이 어려움을 겪었다. 전설적인 경영자들은 대개 경영권 승계 준비에 소홀하다. 주위에서도 감히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든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건강할 때 조금씩이라도 준비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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