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20일 1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 경기 확장기라는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세워질 수 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 경제는 후퇴기로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책 수단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자칫하면 수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일본이나 유럽처럼 장기간 저성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이탈리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995~1999년까지 각각 2.1배와 2.0배였다. 하지만 2000년대는 각각 1.6배와 1.5배로 하락하고, 2010년대에는 1.2배, 1.0배까지 재차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2000년대를 보면10년 평균 PBR은 1.1배였으며, 현재는 더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0.9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어떤 자산을 보유해야 할까?
국가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우선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가격이 장기간 별로 오르지 않는다. 일본, 대만, 이탈리아 등을 보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거의 30년 동안 등락을 보일 뿐 오르지 않았다.
이런 시기엔 지수(인덱스)로 장기 투자해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미국 주식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 지수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건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에 한해서다. 경제환경이 어려워지면 보편적 투자는 과실을 얻을 수 없다. 경쟁력 있는 국가, 경쟁력 있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지수보다는 경쟁력 있는 종목이나 섹터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보다 로봇 ETF, 헬스케어 ETF, 클라우드 ETF를 사는 게 낫다. 이들은 장기 추세를 가진 자산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부동산이나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장기 저성장 국가에서는 이미 그런 현상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일본이 -0.1%이고, 유럽중앙은행(ECB)는 0% 수준이다. 10년 국채 금리는 일본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이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섰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의부동산 임대수익률은 4%대를 보인다. 주식 배당수익률도 일본 니케이가 평균 2.2%, 유로스톡스는 3.6% 수준이다. 부동산과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예금금리나 국채 수익률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들 국가는 금리가 낮지만 배당수익률은 우리나라보다 낮지 않다. 여기에 투자기회가 생긴다.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은 국가의 배당 수익에 투자할 때 환헤지와 차입(레버리지) 두 가지 금융장치를 통해 수익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는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엔화 자산을 매입하고 환의 변동을 없애기 위해 환헤지를 하게 되면 프리미엄을 받는다.
이론적으로는 금리차만큼의 프리미엄을 받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현재 엔화자산을 매입하고 환헤지를 하게 되면 연 1.4% 프리미엄을 받는다. 유로자산을 사고 환헤지를 하면 프리미엄을 1.6% 받는다. 반면에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을 사서 환헤지 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 달러자산을 환헤지하면 -1.3%를, 브라질 헤알화는 -4.5%를 지불한다.
또 하나는 차입을 해서 투자하는 경우다. 일본이나 유럽은 금리가 낮아 대출 금리도 낮다. 그래서 부동산을 매입할 때 차입을 하면 운용수익과 조달금리의 차이만큼 수익을 추가로 얻게 된다. 그래서 임대수익률 4% 수준을 레버리지 하면 5~6%까지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실례를 들어 보자. 유럽 배당주를 사서 환헤지 하면 배당수익률 3.6%에 환헤지 프리미엄 1.6%를 더해 5.2%의 배당수익률을 얻는다. 일본은 이 둘을 더하면 3.6% 정도 된다. 고배당 주식만 선정할 경우 수익률이 1%포인트 이상은 더해진다. 우리나라 주식 배당수익률로는 언감생심이다. 이처럼 저성장 국가의 인컴자산에서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환헤지는 장기간 계약을 할 수 없고 통상 3개월 단위로 갱신한다. 만일 부동산펀드에 5년을 투자하는 데 그 기간 중에 우리나라 금리가 일본금리보다 더 많이 하락해 양국간 금리가 역전된다면 환헤지 수익은 없어지고 환헤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환헤지에는 양국간의 금리차에 대한 장기 불확실성이 있다.
또 하나는 자산가격 변동 리스크이다. 높은 인컴수익을 얻었지만 자산을 매각할 때 매입가격보다 더 낮아지면 자본손실을 본다. 자칫하면 자본손실이 이자 수익을 상회할 수 있다.
전자의 리스크는 현재로서 그렇게 크지 않다. 일본이나 유럽의 금리가 단기간에 오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줄어들 수 있지만 환헤지 비용을 지불할 정도까지 진행되지 않으리라 본다. 혹은 리츠나 배당주는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팔아도 된다. 반면에 자산가격 변동 리스크는 상존한다. 그래서 리츠에 포함된 부동산이나 배당주식이 우량자산임을 확인해야 한다. 우량자산은 경기후퇴기에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 만일 하락하게 되면 자산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보유하면서 배당수익을 받으면 된다.
태극도를 보면 음양이 서로 맞물려 회오리처럼 돌고 있다. 음이 지배할 때 그 가운데 양의 씨앗이 싹트고 있고 양이 지배할 때는 음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경기 후퇴기의 저성장 국면에도 투자 기회는 있다. 경쟁력 있는 종목이나 섹터의 글로벌 자산을 보유하고, 초저금리이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국가의 인컴 자산을 사서 환헤지와 적절한 레버리지를 통해 높은 수익을 얻는 방법이다. 간략하게 줄이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자산과 장기 저성장국가의 인컴자산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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