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는 OCI]태양광 사업 지속해야하나, 고민 깊어진다①전기료 탓 원가부담 상승…공급과잉 우려도 제기
최은진 기자공개 2019-08-27 08:36:19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6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지막 개성상인' OCI는 60년의 전통을 지닌 석유화학 기업이다. 기초화학소재로 출발해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골격을 갖췄다. 2009년 OCI라는 사명으로 변경하면서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개편했다. 정부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일환으로 주목받던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면서다. 현재 OCI의 매출액 가운데 약 30%가 폴리실리콘 실적일 정도로 의존도 높은 주력사업이다.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OCI는 태양광 업황 침체로 위기에 직면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까지 안간힘을 쓰며 유지해 온 흑자기조도 올들어 적자전환됐다. 태양광 업황이 회복되더라도 매출의 90%를 넘어서는 원가부담과 중국발 공급과잉이 문제로 남는다. OCI는 다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눈을 놀리고 있다. 바이오 사업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 투자하면서 또 한번의 체질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08년 폴리실리콘 첫 가동, 신성장 육성…글로벌 2위권 안착
OCI는 지난 1959년 설립된 동양화학이 모태다. 소다회·과산화수소 등 기초화학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다가 2001년 카본블랙·액상피치 등을 생산하는 제철화학·제철유화 등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자산총액 1조3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매출은 46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확대되며, 종합석유화학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덩치를 키운 OCI는 2006년 고부가제품 시장으로 외연을 넓히는 도전을 시작했다.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군산에 약 2500억원 규모의 생산설비를 짓고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폴리실리콘에 과감한 베팅을 했다. 당시 폴리실리콘은 미국 헴록·독일 바커·일본 도쿠야마 등 소수의 업체가 독점하고 있었다. 수요도 충족하지 못할 정도의 공급부족 상태가 이어졌다. OCI는 매년 2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산업에 기대를 걸며 폴리실리콘을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했다.
폴리실리콘 공장이 상업가동을 시작한 2008년을 기점으로 OCI는 확 달라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듬해인 2009년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 확장을 꾀하겠다는 목표로 사명을 지금의 OCI(The Origin of Chemical Innovation)로 바꾸고, 폴리실리콘을 주력사업으로 삼았다. 당시 창립 50주년과 맞물리는 때로,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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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2조원대의 매출액이 3조원대로 올라섰고, 전체 매출액에서 폴리실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까지 증가했다.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캐파는 군산공장과 올해 첫 상업생산을 한 말레이시아 공장까지 포함해 총 7만9000톤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2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탑티어(Top-tier)로 자리매김 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버티기 힘든 수준'…중국발 수요 둔화 및 공급과잉
기대주였던 폴리실리콘이 아픈손가락이 된 건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정부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최대 소비처인 중국이 지급하던 보조금까지 축소하면서 태양광 업황이 침체에 빠졌다. 중국이 태양광 소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공급이 늘었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늘어나는, 시장 불균형 상태가 나타났다.
OCI의 폴리실리콘 실적 부진은 회사 전체 실적까지 끌어 내리고 있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담당하는 베이직케미컬 부문 매출은 2017년 1조9000억원에서 2018년 1조6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000억원 흑자에서 7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OCI의 전체 실적이 흑자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베이직케미칼 부문이 11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OCI 전체 영업이익도 6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 800억원으로 이 역시 적자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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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실리콘 가격의 손익분기점은 보통 13달러/kg 안팎으로 추정한다. 최근 이 가격이 7달러/kg 밑으로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OCI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OCI 내부 관계자는 '7달러는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는 표현으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표현했다.
치솟는 원가부담도 큰 문제다. 폴리실리콘은 공장설비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더해 엄청난 전기료가 나가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전체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웃돈다. 중국이 태양광 업체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전기료 인하를 추진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기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매출원가율이 97%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칫 전기료 폭탄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OCI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전기료 등이 저렴한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상업가동을 시작했지만 중국기업 대비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업황이 돌아서더라도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않는 한 실적이 큰 폭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된다. 더욱이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기업 제품을 활용할 거라는 점, 이를 위시해 중국 내 공급이 늘어날 거라는 점 등도 OCI가 통제할 수 없는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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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OCI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 폴리실리콘의 원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과 그외 사업부의 실적을 늘리는 것 뿐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사업 특성상 수요와 공급에 꽤 예민하고 정해진 생산캐파가 있기 때문에 타 사업부 실적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시설투자 비용이 대규모로 투입되는만큼 새로운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OCI는 소규모로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는 분야를 물색했는데, 바로 바이오다. 화학사업에서 확장 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에서도 부담이 적다. 바이오 기업들이 워낙 소규모인만큼 투자금액이 크지 않은데다 한번 연구개발이 성공하면 잭팟이 터질 수 있다는 점 등도 배경이 됐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7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버티기 힘든 지경이고, 전기료 문제나 공급 과잉 등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바이오 같은 신사업을 보고 있는데, 스터디 차원에서 조금씩 투자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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