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9월 25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간 삼양식품 주식의 장외대량매매(블록딜)에서 주가수익스왑(Price Return Swap·PRS)이 포함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표면상 HDC가 삼양식품 주식을 처분하며 14여년 동안 이어온 관계를 절연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PRS로 삼양식품과 얽혀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HDC가 삼양식품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미래에셋대우가 삼양식품 주식을 처분할 때, HDC가 거래상대방을 지정하는 등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HDC는 지난 23일 보유한 삼양식품 주식 127만8990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처분가격은 7만4000원이다. 지난 23일 종가(7만7800원)에 5% 할인율이 적용됐다. 총 매각규모는 947억원이다.
이번 블록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PRS다. PRS는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TRS)의 일종이다. TRS는 배당·금리 등 다양한 변수를 거래상대방과의 정산 때 반영하는 반면 PRS는 주가 차이만을 고려한다. 이번 삼양식품 블록딜 경우 PRS 정산 기준가격은 주당 7만4000원이다. 정산시점 때 삼양식품 주가가 7만4000원을 밑돌 경우, HDC가 미래에셋대우에 그 손실을 보전해 주는 구조다. 반대로 주가가 7만4000원을 웃돈다면, HDC가 이익을 얻는다. HDC가 블록딜로 삼양식품 주식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삼양식품 주가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이에 HDC와 삼양식품 간 우호적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HDC가 삼양식품과 관계를 절연하려고 했다면 굳이 PRS를 삽입해 주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발생시킬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삼양식품 주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 주가 추이를 보면, 2016년 11월 장 중 3만원대에서 지난해 6월 11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약 반 년만에 5만원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7만원대로 회복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간과할 수 없다.
PRS 리스크의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증권사 간 현대상선 주식을 두고 맺은 계약이다. 2011년 현대엘리베이터는 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과 현대상선 주식을 대상으로 TRS를 맺은 바 있다. 당시 TRS는 주가로만 정산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PRS와 동일하게 볼 수 있다. 2011년 현대상선 주가가 20만원 정도에서 17만원대로 떨어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2011년에만 600억원대 손실을 인식했다.
시장에서는 PRS가 포함된 배경으로 HDC의 유동성 극대화를 꼽고 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HDC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는 성격으로 볼 수 있다"며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 경우 담보물인 주식 가치의 절반 정도에서 대출이 이뤄지는 반면 블록딜 경우 할인율을 제외한 유동성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HDC가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삼양식품과 관계도 이어가기 위해 PRS를 넣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향후 미래에셋대우가 삼양식품 주식을 처분할 때도 HDC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HDC와 삼양식품 간 오랜 우호적 관계를 감안했을 때, HDC가 미래에셋대우에 넘어간 주식의 처분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건이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HDC가 다시 가져가거나 삼양식품 대주주에게 넘기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HDC는 2005년부터 삼양식품 주식을 보유했다. 외환위기 후 경영난을 겪던 삼양식품 주식을 HDC가 채권단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당시 고 정세영 HDC 명예회장과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간 끈끈한 관계가 조명 받았다. 이러한 우호적인 관계에 이상전선이 나타난 건 올 초다. HDC가 삼양식품에 강화된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면서다. HDC는 삼양식품에 ‘모회사나 자회사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등기이사는 결원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블록딜을 둘러싸고 HDC와 삼양식품 간 우호적 관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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