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핀테크기업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책 눈길 [금융권 핀테크랩 전략] 창업부터 독립까지…다양성 갖춘 스타트업 키워내는 '생활 금융' 목표
이은솔 기자공개 2019-10-10 08:20:06
[편집자주]
금융권 핀테크랩은 의무에서 전략이 되고 있다. 혁신 기술을 갖춘 핀테크 스타트업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기조에 맞춰 시작했던 핀테크랩은 이제 1세대, 2세대를 넘어 3세대에 들어섰다. 출범 5년차를 맞은 금융권 핀테크랩의 성과와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07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에도 사람처럼 '생애주기'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되는 과정을 거친다면, 기업은 창업부터 성장기, 성숙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든다. 대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어른이라면,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들에 비유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핀테크랩부터 펀드까지 기업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며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큰 꿈을 그리고 있다.◇'요람에서 무덤까지' 대신 '창업에서 독립까지'…성장 단계별 지원책 마련
하나은행은 본점 안에 하나1Q애자일랩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초기 스타트업을 선발해 공간을 지원하고 인큐베이팅하는 핀테크랩이다. 여기까지는 여타 금융권 핀테크랩과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건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구성한 단계별 지원책이다.하나금융에는 은행의 핀테크랩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VC)인 하나벤처스, 지주 산하의 협의체인 벤처투자협의회 등 여러 스타트업 관련 조직이 존재한다. 그룹에서는 기업의 생애주기를 창업·성장·성숙·안정이라는 네 가지 단계로 분류하고, 기업의 수요에 맞춰 단계별로 다른 지원책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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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하나은행 글로벌 이노베이션 셀장(사진)은 "기업 입장에서도 무조건 큰 금액을 투자받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시드머니, 시리즈A,B 등 기업이 원하는 '라운드'에 따라서 계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단계별로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셀장은 "창업초기 단계는 10억원 이내를 지원해 성장을 돕고, 기업이 점점 커지면 1000억원짜리 총알을 들고 있는 벤처스가, 그 다음 단계에는 3000억원 총알을 들고 있는 모태펀드가 조달에 나서는 게 목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클래식 스트리밍도 핀테크?…'생활금융'으로 활용도 무궁무진
"미국이 백인만 사는 나라였다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김 셀장은 글로벌 이노베이션셀에 오기 전까지 해외 투자를 담당했다.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에서 MBA 과정을 이수한 글로벌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보기에 기업이나 사회가 발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양성이었다.
하나은행 1Q애자일랩이 가진 또 하나의 차별점은 다양성이다. 보통 핀테크 기업 하면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을 떠올리게 된다. 하나1Q랩에 선발된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런 좁은 의미의 핀테크의 정의에는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클래식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티스츠카드나 돌봄교사 매칭 플랫폼인 자란다가 여기 해당한다. 하나은행은 랩 기업 중 이런 스타트업을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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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비스들이 핀테크에 해당하는지 물었더니 "생활금융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모바일 뱅킹은 이제 단순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이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편리한 경험을 하는 것까지가 모두 생활금융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하나은행의 멤버십 어플인 하나멤버스의 경우 가능한 서비스들을 모두 태워보고 있어서 내부에서 '슈퍼앱'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자란다도 보육 교사 매칭 서비스를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하나멤버스 어플 내에 띄웠다. 하나멤버스 어플에 접속한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고 광고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김 셀장은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한다"면서 "메인인 ABCD(AI·Blockchain·Cloud·Data)를 주로 가져가되 다양성을 확보해 광범위한 스타트업에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스타트업의 기술을 검증하는 개념증명(PoC)을 40건 가량 진행했고 마인즈랩 등 기업에는 10억원의 직접투자를 집행했다. AI기업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와 로보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를 함께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 규제를 풀어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1Q애자일랩을 8기 동안 운영하며 거쳐간 65개 기업의 '동창회' 격인 리유니온과 취업박람회 '매칭데이'도 준비 중이다. 김 셀장은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아도 미래의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성장금융에 투자하는 게 금융사의 책무"라며 "핀테크 산업 육성은 청년들에게 미래를 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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