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사장의 첫 편지…키워드 '통찰·민첩·팀웍' LGD 전체 임직원에 이메일…구조조정 당위성 알리기
김장환 기자공개 2019-10-16 08:22:4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5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부임 후 처음으로 회사 임직원에게 공개 이메일을 보냈다. 정 사장은 구조조정 전담 역할로 LG디스플레이에 부임 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감안한 탓인지 그동안 별다른 부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최근 임원 25%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과도하게 얼어붙은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메일을 빌어 당부의 말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조조정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 역시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정 사장이 지난 14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의 키워드는 '인사이트·민첩함·팀워크'로 축약된다. 정 사장은 이메일에서 리더들이 전략적 통찰력을 갖춰야 하고 조직 전반이 민첩함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각 조직들이 팀워크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이메일 내용에 사실 크게 눈에 띄는 말은 많이 담겨 있지 않다. 정 사장은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주력 중인 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 수익기반 확보와 중소형 플라스틱 올레드(P-OLED) 사업 정상화가 가장 큰 숙제라고 언급했다. 이를 실행하는데 다양한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란 점이 잘 엿보이는 문구는 일부 있다. 그는 이메일에서 사업환경의 불확실성과 경쟁구도의 변화, 그리고 최근 수년간 어려워진 재무여력의 한계 등우로 인해 앞으로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기술적인 문제와 난관을 말하기 보다는 재무적인 관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임직원에게 전한 것이 눈길을 끈다.
비록 이메일이지만 정 사장이 임직원 전원에게 부임 인사를 처음으로 한 것이란 점에서도 나름 의미가 있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인력 구조조정 절차를 자신의 손으로 단행한 후 첫 인사를 전한 셈이다. 임직원의 불안감을 감안해 이메일을 빌어 당부의 말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 9월 16일 부임한 후 일주일도 안돼 임원진 면담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3일까지 3주 동안 이를 진행하고 다음날인 4일 전체 임원의 25%를 감원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이나 단순 직원 희망퇴직이 아닌 임원 수십명을 감원한 것 모두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인화의 LG'에선 보기 드믄 일이었다.
LG디스플레이의 올 연말 인사폭도 클 것으로 보인다. 연말 인사를 통해 C레벨(CFO·CTO·CPO) 임원 일부도 교체할 수 있다. 동시에 세부적인 조직재편도 연말까지 지속해 단행할 계획이다. 조기에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다면 2004년 증권 시장 상장 후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란 안팎의 분석이 나온다. 그 키는 정 사장이 쥐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임원 감원을 비롯해 사업부 축소로 내부 분위기가 심각하게 좋지 않아서 정 사장이 이메일을 보낸 것 같다"며 "뜻에는 공감하지만 과거 성과도 분명 있는데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춰 정상화를 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여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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