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 대표는 '갤럭시노트7' 리콜로 위기에 직면했던 삼성SDI를 정상궤도에 올려뒀고 체질개선을 통해 취임했을 때에 비해 매출을 2배 가량 끌어올렸다. ESS 화재 사태에도 선제 대응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는 지난 23일 울산사업장에서 열린 'ESS 안전성 대책 시연회'에서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표준화된 산업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희망이고 꿈이었다"며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려고 하고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화재 사건이 발생하면서 산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가운데 오른쪽)와 허은기 전무(가운데 왼쪽)가 안전성 평가동에서 실시한 소화시스템 시연에 참석해 ESS 안전성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I)

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배터리에 대한 애정과 안전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에는 문제가 없지만 국내 ESS 산업생태계를 위해 선제적으로 안전성 강화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시연 중간중간 디테일한 부분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2017년 8월부터 최근까지 ESS화재는 총 27건 발생했다. 정부의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결과 발표 이후 삼성SDI는 전격적으로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배터리 운송·취급 과정에서 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고 배터리 상태(전압·전류·온도 등) 이상 신호를 감지해 운전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기본으로 한다.

또 예기치 않은 요인에 의해 발화할 경우에 대비해 특수 소화 시스템을 개발해 신규로 판매되는 시스템에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시스템은 이미 삼성SDI 배터리가 설치된 ESS 시설 1000여곳에도 무료로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국내 사업장에 도입하기로 한 특수 소화 시스템은 국내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미국 소방법에 따라 최근 1년여동안 개발해왔던 시스템이다.

전 대표는 "기존 시설이 1000여개 정도되기 때문에 7~8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가능한 빨리 설치해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SDI 측은 해당 조치에는 2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한양대 전자공학과 학사 졸업 이후 카이스트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삼성전자 전략마케팅장(메모리) 부사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을 역임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도 꼽힌다. 2014년부터 삼성SDI를 이끌어왔던 조남성 전 대표는 갤럭시노트7 발화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2017년 3월 후임자로 전 대표가 왔다. 2016년 삼성SDI의 매출은 5조2008억원(연결기준)이었고 영업손실만 9263억원에 달했다.

전 대표 취임 이후 삼성SDI는 주력제품인 소형전지에서 나아가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 등 중대형 전지 사업에 힘을 싣었다. 과거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생산을 하다가 문을 닫은 헝가리법인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낙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여전히 중대형 전지 쪽에서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으나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 대표 취임 이후인 2017년 매출액은 6조3216억원, 2018년 9조1583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10조 매출이 가능해 보인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69억원에서 7150억원으로 커졌다. 1960년생인 전 대표는 60세로, 나이가 부담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적 측면에서만 보면 내년 연임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