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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법인시장…"1년 이상 만기 상품 안팔려요" [PB센터 풍향계]DLF·라임 등 단기 상품 문제 발생 영향…외부 환경도 '먹구름'

김진현 기자공개 2019-10-30 08:21:0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5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각종 투자상품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하자 법인 영업 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유휴자금을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굴려가며 운용하던 법인마저 재투자에 난색을 표하면서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이른 한파가 찾아왔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상품 가운데 상당수가 만기가 짧은 상품이었다는 점이 법인 영업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배경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상품 모두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상품이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개월 롤오버 '이상기류'…PB조차 위축

A증권사 PB는 "6개월 단위로 롤오버(roll over·재투자) 하던 법인조차 이번에는 잠시 쉬자는 이야기를 한다"며 "법인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상품을 다시 권하면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B증권사 PB도 "6개월 만기인 사모펀드를 들고 법인 담당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결국 자금 유치에 실패했다"며 "목표 금액이 70억원인 상품이었는데 10억원 정도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인이 꾸준히 투자해오던 레포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 잔고에도 부정적인 기류가 포착된다. 최근 들어 레포펀드 판매 잔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C증권사 레포펀드 담당 운용역은 "판매사가 아니라 직접적인 체감은 되지 않지만 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건 맞다"며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자료를 봐도 레포펀드에서만 4000억원~5000억원 정도 자금이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만기가 돌아온 상품의 재가입률이 떨어지면서 가장 많이 빠진 시기에는 7000억원까지도 빠졌다고 덧붙였다.

D증권사 관계자도 "DLF 여파가 DLS 발행 잔고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ELS에도 일부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금리연계 상품과 관련이 없는데도 DLS 잔고는 확연히 줄어든 상태다"라고 말했다.

판매사 PB가 위축된 점도 최근 법인 영업이 더딘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가 발생한 상품에 대해 투자자 관리를 하느라 신규 상품 제안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은행 PB는 "일련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무슨 일이 또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편입 자산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등 기존 가입 상품에 대해서도 따져묻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연말·금리인하 여파…엎친데 덮친 격

연말이 다가오면서 법인이 자금 집행을 줄인 점도 최근 PB들이 법인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F은행 기업금융전담역(RM)은 "연말이 다가오면 12월 결산 법인은 재무제표 실적 관리 등을 이유로 자금 집행을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로 3개월 만기의 예금으로 자금을 돌려 안정적으로 성과를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손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금융상품 성과가 평가손실로 기록되는 경우 연간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성과과 좌우되기 때문에 대부분 12월 결산 법인은 이 시기 투자 집행을 평소보다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mmf금리추이

여기에 최근 하락한 기준금리 역시 법인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금리에 영향을 받는 예금, 채권금리 등이 함께 낮아지면서 투자 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G증권사 PB는 "차라리 이런 상황이면 머니마켓펀드(MMF)나 특정금전신탁(MMT) 같은 곳에 자금을 잠시 옮겨 둔 뒤 투자처를 물색하면 좋은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며 "규모가 큰 법인 같은 경우엔 실물 부동산이나 오피스처럼 인컴이 발생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슈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회사와 아닌 경우 약간의 온도차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H증권사 PB는 "법인 가운데 은행과 증권에서 모두 거래를 하는 곳이 많지는 않다"며 "고객층이 달라 확연히 체감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관련 이슈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은행 판매사 법인 고객이 조금 더 위축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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