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11년 전 실패 후 재기…성공 비결 '주목' 2008년 NDA 문턱서 좌절…유럽 기술 수출·미국 현지화 투트랙 성과
조영갑 기자공개 2019-10-30 08:15:2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9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섹터의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이 IPO의 닻을 올리면서 주력 파이프라인 개발전략이 재차 주목 받고 있다. 첫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NDA(품목허가) 문턱에서 좌절한 이후 철저한 현지화로 노하우를 이식한 게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SK바이오팜은 카리스바메이트(프로젝트명 YKP509)를 존슨앤존슨 측에 기술이전하고 공동개발해 임상을 통과했으나 2008년 출시(NDA) 문턱에서 좌절한 바 있다. 그 이후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의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잇따라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신약 개발 업체가 글로벌 임상에 성공하고 신약 출시에 도전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나 11년전 한차례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임상으로 FDA 3상을 돌파한 뇌전증 치료제다. 11월 FDA의 품목허가(NDA)승인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기면증치료제인 수노시(성분명 : 솔리암페톨)는 FDA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하고, 지난 7월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수노시는 임상1상 단계에서 아일랜드의 재즈파마슈티컬에 기술이전한 신약이다. 약 4500억원의 가치를 평가 받는다.
미국 임상 전문가인 배진건 우정바이오 고문은 "2008년 임상실패 후 SK는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대해 분석하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의 선택과 집중은 다양한 메시지를 준다. 우선 자체 개발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영역을 초기 이전하고, 자체 개발이 필요한 부분에 집중했다. SK바이오팜은 2014년 수노시를 재즈에 기술이전한 것과 세노바메이트를 스위스 아벨테라퓨틱스에 수출했는데 이는 유럽시장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미국을 중심으로 현지화한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SK바이오팜은 2008년 SK life science를 설립해 글로벌 신약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했다. 1993년 회사설립 시기부터 중추신경계(CNS) 혁신신약 개발을 핵심과제로 두고, 블록버스터로 만들기 위해 미국 현지에 공략거점을 세웠다. 업계관계자는 "임상실패를 겪을 당시 아예 우리 기지를 건설하자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립 이후 현지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한국의 CEO가 SK그룹 특유의 비전과 가치를 바탕으로 전 과정을 총괄하되, 현지의 전문가들에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맡겼다. 2017년부터 SK바이오팜과 SK life science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조정우 사장은 2001년 SK에 합류해 개발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프로젝트 관리 전문가다. 텍사스 A&M대학 생물학 박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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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바메이트, 수노시 등의 글로벌 프로젝트의 분업을 담당한 주축은 세비 보리엘로(Sebby Borriello) 사업개발담당 부사장(Chief Commercial Officer), 마크 케이민(Marc Kamin) 박사(Chief Medical Officer), 케네스 올센 법률고문(Chief Compliance Officer) 등이 꼽힌다. 외에도 영입된 리더급 현지 전문가는 10여 명에 이른다.
이 중 임상컨트롤을 총괄한 마크 케이민 박사의 역할이 두드려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전문가는 "케이민 박사(전문의)는 30년 넘게 편두통, 우울증, 알콜중독, 간질, 말초신경장애 등 중추신경계 분야의 임상을 설계하고, 컨트롤한 CNS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2013년 영입돼 SK life science의 PoC(인체개념증명)임상시험을 총괄했다. 풍부한 경험으로 FDA와의 미팅을 이끌었다.
이와 더불어 보리엘로 부사장은 존슨앤존슨(J&J)에서 26년 간 사업개발(BD)을 한 전문가로 현지 신약출시 및 마케팅 과정을 담당한다. 2018년 기준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약 7조원으로 평가된다. 올센 고문 역시 (J&J)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법률전문가로 임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규제(regulation), 미국 의약품법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올센 고문의 직함인 Compliance Officer는 미국 제약사가 채택하는 독특한 직위다. J&J에서 카리스바메이트의 실패를 지켜 본 실무진으로서 세노바메이트 NDA 승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연구소와 개발파트를 두루 거친 국내의 한 전문가는 "세노바메이트의 최종단계(NDA)가 남았지만 SK바이오팜이 잇따라 3상에 성공하고 혁신신약을 시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임상 및 개발관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한국에서 임상 사이트를 관리하듯이 현지 전문의(MD)출신 스탭들이 임상을 컨트롤하고, FDA와 소통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바이오팜 측은 "NDA 승인 과정이 남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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