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논란' 권용원 금투협회장 퇴진안한다 이사회·회원사 등 업계 의견 감안, 추가 녹취록 여부·노조와 갈등 '넘어야 할 산'
서정은 기자공개 2019-10-30 16:04:0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갑질, 폭언 논란에 휩싸인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불과 열흘 전만해도 권 회장은 증권사 사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필요하면 옷을 벗겠다"고 사퇴를 시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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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30일 오후 3시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부적절한 언행이 나온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사회,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두 참고해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밝혔듯 유임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이사회, 회원사들의 만류에서 비롯됐다. 권 회장은 갑질, 폭언 등이 담긴 녹취록이 나온 직후부터 회원사 관계자들을 만나 본인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지난 21일 있었던 대형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는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필요하면 옷을 벗겠다"며 "다만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를 뽑아주신 회원사들의 의견을 구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밝혔다. 증권사 사장단들은 권 회장에게 사퇴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며, "송구한 마음이 있으면 업계 발전을 위해 힘써달라"고 뜻을 전했다. 22일 있던 부동산신탁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었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권 회장의 거취를 두고 사퇴와 유임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팽팽했다. 사퇴를 예상하는 관계자들은 추가적인 녹취록 존재 여부, 내부 조직 문제, 최근 여론 흐름 등을 근거로 들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협회 뿐 아니라 과거 증권사 사장단 시절에 추가적인 녹취록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시대적 흐름이 '갑질' 논란에 민감한만큼 권 회장 또한 사퇴 카드를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조합과의 갈등까지 불거지며 그의 잔류가 금융투자협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권 회장의 녹취록을 두고 내부 노동조합간 갈등이 있었을 뿐 아니라 사무금융노조의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임원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정도"라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 홍보실은 이날 간담회에서 "추가적인 녹취록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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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진들 또한 회원사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공과 사를 구분해야하고, 권 회장이 그동안 이룬 업적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증권거래세 인하 등 굵직한 자본시장 이슈를 해결해왔다. 임기 도중 사퇴하게 될 경우,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업들이 '올스톱'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여기에 보도된 갑질 수준도 다른 사례에 비하면 약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복수의 이사회 관계자들은 "갑질이라고 보기에는 물리적인 폭행이 없었고 사과하면 될 수준이라고 본다"며 "운전기사에게는 직접 사과했고, 그 외 발언들 또한 취중에 나온만큼 실수라고 본다"고 감쌌다. 추가 녹취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만큼 임기를 수행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권 회장은 운전기사, 협회 직원 등에게 폭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홍보 담당 직원에게는 "잘못되면 죽여 패버려…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고 했고, 술자리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회원사, 이사회 관계자들의 지지를 얻어 권 회장은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권 회장의 사퇴 요구 성명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서명운동까지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금융투자협회 조직 내 갈등까지 비화되면서 향후 금융투자협회의 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대관업무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번 논란을 딛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겠다"며 "받아들일 때까지 다가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12월 말까지 여러 문제점 등을 개선하는 안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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