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나의 아저씨'로부터 '82년생 김지영'에게로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10-31 16:06:01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0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한창 화제였던 지난해 6월, 386세대에 가려져 있었으나 이제 한국 사회의 주류로 부상하기 시작한 40대 남성들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다. 한 때는 X세대라 불렸지만 이제는 '아재'라고 불리며 몰취향, 몰개성의 대명사가 되었던 이들을 제대로 조망한 첫번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나의 아저씨'에 헌사하기 위해서였다.물론 어떤 이는 '나의 아저씨'가 잘 만들어진 드라마인 것이 투자나 금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데 1년이 조금 지난 요즘, 386세대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면서 세대 교체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급증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 흐름은 비단 정치, 사회 분야 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분명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전 사회적으로 주류 세대의 교체 요구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평가 혹은 재정립에 대한 요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른바 '젠더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 경제적 위상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트렌드가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그 근거는 출산율, 결혼건수,1인 가구 관련 통계자료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명 아래로 떨어져 0.98명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무려 0.88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OECD 최저 수준인데, 그간 고령화와 함께 낮은 출산율의 대명사였던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충격적이다. 2018년 일본의 합계 출산율이 1.42명으로, 우리보다 한참 높기 때문이다.이러한 출산율 폭락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을 기세다. 50년 후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가 현재 약 3700만명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통계는 총 혼인건수와 조혼인율(인구 천명당 혼인건수)의 급감이다. 2011년 약 33만건으로 정점을 찍었던 총 혼인건수는 지난해 약 26만건으로 감소했고, 조혼인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5.0%로 감소했다. 그러다 보니 1인 가구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2000년 기준 전체 가구수의 15.6%인 226만 가구에서, 2017년에는 29%인 562만 가구로 딱 두 배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반적인 경제의 저성장, 이에 맞물린 청년 실업과 산업 구조의 변화 그리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보육과 교육 체계 등 수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출산과 육아에 연계되어 여성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제사회적 부담이라는 요인이다.
이는 전통적인 성역할이라는 틀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자체는 물론 그에 따른 경력 단절을 우려하고 기피하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일부 도식적인 설정이나 전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성 관련 이슈를 이만큼 대중적인 방식으로 잘 다뤄낸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원작 소설이 출간됐을 때부터 제기되었던 문제, 즉 여성을 지나치게 피해자로 묘사하고 현실을 과장했다는 주장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또래의 남성들이 군복무, 취업, 결혼 등의 과정을 겪으며 훨씬 경제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다는 시각이다. 당연히 일리 있는 주장이고 깊이 있게 고민해 사회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폄훼하는 것은 결코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나의 아저씨'가 40대 남성의 상황을 다소 도식적인 설정에 기반해 다뤘다고 해서, 그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른 성별, 계층, 세대에 대한 공감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나갈 사회적 힘도 생겨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 예고편:https://www.youtube.com/watch?v=Gz0ZeY1U4vY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