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브릿지벤처스를 움직이는 사람들]'수아랩 잭팟' 최동열 전무, '시그니처 기술투자' 지휘③삼성그룹 전략 투자 발판 VC 입문..."제2의 수아랩 만든다"
방글아 기자공개 2019-12-11 08:17:08
[편집자주]
스톤브릿지벤처스는 'ICT 투자 명가'로 이름을 알린 중견 벤처캐피탈(VC)이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8년 설립돼 초기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선도 투자로 고수익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며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투자 영역을 확장하며 톱티어 VC로 도약에 나섰다. 오늘날 스톤브릿지벤처스를 있게 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딜 하나를 꼽자면 미국 글로벌 머신비전 기업 코그넥스의 토종 AI 벤처 수아랩 인수다. 이 투자를 만든 주인공은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전무다. 최 전무는 증시 침체로 겨울잠에 빠진 국내 회수시장에서 독보적인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를 만들어내며 스톤브릿지벤처스를 VC 업계 '초기 기술 투자 강자'로 재확인시켰다.최 전무는 다독(多讀)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산업 트렌드 변화의 최앞단에서 투자하는 직업 특성상 당연한 일처럼도 들리지만 최 전무의 경우 기술 기반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스스로를 더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에는 전공과 동떨어진 바이오 투자를 시작하며 보다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해 오고 있다.
최 전무는 경북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마쳤다. 졸업 이후에는 현재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와 석사 시절 연구실 동료의 소개로 만나 2000년 말 크루셜텍 창업을 함께 했다. 크루셜텍은 공학도였던 그가 피투자기업 입장에서 처음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란 직업을 접한 기회가 됐다.
스타트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최 전무는 이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 업무 방식을 경험하고 싶어 창업가 출신으로는 흔치 않게 차기 행선지로 대기업을 택했다. 이렇게 삼성그룹에 몸 담은 11년의 시절은 이후 최 전무가 초기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전문성을 지닌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커리어를 쌓아 오는데 주효한 계기로 작용했다.
그룹 내에서 삼성전기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삼성벤처투자로 옮겨 다니는 동안 최 전무는 기술기획과 대외협력 등 전략 투자(SI)를 주 업무로 담당했다. 회사가 세운 신제품 개발 로드맵에 맞춰 적재적소에 필요한 스타트업·벤처 기술을 연계해 투자하는 일로 보람이 많았지만 투자 활동에 한계를 느껴 창업투자회사로 이직을 결정했다.
최 전무는 삼성벤처투자에서 총 2건의 투자를 담당했다. 애플이 2017년 2억7000달러 가량에 인수한 무선충전 기술 스타트업 파워바이프록시(PowerbyProxi)가 그 중 하나다. 이 투자로 삼성벤처투자는 4년이 채 안 되 투자금 대비 5배 가량의 이익을 남겼고 투자 비히클(Vehicle)로 쓰인 삼성전기펀드는 만년 적자에서 고수익률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무는 삼성벤처투자 퇴사 후 짧게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15년 8월 스톤브릿지캐피탈 벤처투자본부(현 스톤브릿지벤처스)에 합류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최 전무에게 이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 스톤브릿지캐피탈 벤처투자본부와는 합이 잘 맞았다.
최 전무는 김일환 당시 스톤브릿지캐피탈 공동 대표와 호흡을 맞춰 합류 초기부터 많은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했다. 당시만해도 모바일 커머스 포트폴리오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스톤브릿지캐피탈 VC 부문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와 진단 의료기기 투자에 주력해 회사의 투자 바운더리를 넓혔다. 최 전무의 3년여 간 집중 투자로 현재 스톤브릿지벤처스 포트폴리오의 30% 가량은 이 분야 스타트업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스톤브릿지벤처스를 빛낸 수아랩 최초 투자 역시 합류 초기 이뤄졌다. 최 전무는 김일환 당시 대표가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는 '2015 KIF-스톤브릿지 IT전문 투자조합'을 통해 2016년 수아랩에 10억원을 투자했다. 이듬해 동조합과 '스톤브릿지 성당디딤돌 투자조합'을 통해 각각 10억원씩 시리즈B1 투자를 후속 집행하고 지난 4월 '스톤브릿지 한국형 유니콘 투자조합'으로 시리즈C로 100억원을 추가 수혈하며 수아랩의 스케일업을 지원했다.
수아랩은 최 전무가 스톤브릿지벤처스에 들어와 처음 회수를 마친 투자 건이다. 합류 초창기 전공 분야 신기술 트렌드에 주목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활발히 투자한 건들은 수아랩을 시작으로 속속 회수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초 동아에스티 출신 김현기 이사가 스톤브릿지벤처스에 합류한 이후부터는 진단 의료기기에서 영역을 확장해 바이오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 전무는 이를 위해 최근 AI·반도체·바이오 분야를 주목적 투자처로 하는 765억원 규모 기술금융투자(TCB) 펀드를 결성했다. 최 전무는 이번 펀드를 통해 '제2, 제3의 수아랩' 성공 사례를 확산한다는 목표다. AI 관련 주된 관심 투자처는 산업용 제조 분야에 접목해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과 딥러닝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인퍼런스(Inference) 효율화 기술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김현기 이사와 IT 등 다방면 혁신기술 트랙레코드를 쌓아 온 이승현 이사가 핵심운용인력으로 참여한다.
최 전무는 앞서 결성한 425억원 '스톤브릿지 영프론티어 투자조합' 운용에서도 김 이사, 이 이사와 호흡을 맞췄다. 당시 셋이 3분의 1씩 투자재원을 집행하는 전략으로 이 펀드는 결성 1년 남짓만에 약정총액을 모두 소진했다. 4개월의 간격을 두고 결성한 이번 펀드로는 시리즈B, C 단계 벤처 투자에 집중해 5년 내 조기 청산하는 것이 목표다. 그간 최 전무가 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시도다.
최 전무는 "최근 펀드 운용이 장기화하는 추세지만 투자 바운더리를 넓혀 조기 회수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실력이나 역량 등 면에서 뛰어난 인력이 많은 국내 여러 기술 업종에서 시그니처 딜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아랩은 해외로 인수됐지만 한국에서 계속 성장을 이어가며 고용창출을 해낼 것으로 본다"며 "우수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키워내는 일을 통해 이따금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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