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피스 비즈니스의 진화]조연에서 주연으로 '지각변동'①사모펀드 급성장에 백오피스 몸값 '천정부지'..독립 비즈니스로 '발돋움'
허인혜 기자공개 2019-12-26 07:30:30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후선 업무를 담당하며 조명을 받지 못했던 백오피스가 '메인오피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문 백오피스 인력에 대한 수요가 치솟은 덕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부서에 그쳤던 백오피스는 최근 독립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벨이 국내 백오피스 업무의 현황과 해외 사례, 금융당국의 백오피스 기술 규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백오피스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1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부서의 묵묵한 뒷심 역할을 했던 백오피스가 사모펀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자산운용업계의 주인공으로 도약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필수 인력인 컴플라이언스를 포함해 경영과 홍보, 기획, 마케팅까지 손을 벌릴 영역이 늘어나는 중이다.사모펀드 활성화 정책 3년 만에 자산운용사는 3배로 급증했다. 자산운용업계가 다루는 투자 영역도 넓어지면서 대체투자를 꿰뚫는 백오피스 인력도 절실해 졌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탓에 백오피스 베테랑 인력 수급은 하늘의 별따기다.
◇사모펀드 '급성장', 자산운용업계 "인사·홍보·기획·영업통 절실"
백오피스 인력 '금값' 현상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10월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발표한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는 100곳 미만에서 300곳까지 급격하게 늘어났다.
유수의 펀드매니저 모셔가기 열풍 속 백오피스 인력 수급은 또 다른 숙제였다. 아무리 작은 자산운용사라하더라도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포함해 최소한 3명의 백오피스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 금융인력을 갖추고도 백오피스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는 자산운용사도 많았다는 게 운용업계의 전언이다. 펀드 투자영역이 주식과 채권의 전통적인 자산에서 대체투자 영역으로 넓어지며 인력난은 더욱 심해졌다. 부동산과 해외 시장 등에 정통한 인력까지 추가로 필요해져서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300개의 자산운용사에서 한 회사당 3명의 인력만 필요하다고 해도 벌써 1000명인데, 그중 '잘 하는' 백오피스 직원은 정말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16년부터 올해 사모펀드 악재가 불거지기 직전인 상반기까지도 백오피스 인력이 크게 부족했다"며 "3~5년차의 백오피스 인력이 펀드매니저보다 연봉이 높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백오피스의 입지 변화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산운용업계에 이름을 날린 굵직한 운용사들도 백오피스 부문을 세분화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백오피스 근육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밸류투자자산운용은 2년전 일원화했던 백오피스를 11월부터 다시 각각의 회사로 분리해 운영 중이다. 각 사의 성장속도가 빨라지고 투자 영역도 확대되면서 독자적인 백오피스 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서를 이원화하며 부족한 인원은 충원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사의 투자영역이 넓어지는 등 비즈니스가 확장되다보니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만을 전담하는 백오피스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운용인력 '인큐베이터'를 만들며 백오피스 직원교육도 함께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5억원의 자금으로 운용인력 20명과 그에 따른 백오피스 인력을 양산하겠다는 계산이다.
◇10년차 베테랑·신입까지 몸값 '고공행진'…백오피스 키우기 '스타트라인'
자산운용사 백오피스 인력의 몸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백오피스 인력 초봉은 2015년 안팎만 하더라도 2000만원대 초반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신입의 연봉도 3000만~40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컴플라이언스 등 특수 직무에서는 품귀현상이 더 심했다.
자산운용 백오피스 관계자는 "한창 헤지펀드사가 많이 생기던 시기에는 아무리 신입 컴플라이언스 인력이어도 최소 '한 장(1억원)'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며 "당시 관련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백오피스에서 연봉과 직급을 높여 전문 사모운용사, 공모운용사로 이동하는 인력도 심심치 않다"고 답했다.
신생 자산운용사가 가장 선호하는 인물은 '10년차 베테랑'이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태동기를 간접경험하고 성장기에 몸 담은 실무인력이 흔치 않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경력직을 원하는 자산운용사가 많아지다보니 '꼬리물기' 이직도 한창이다. 신입으로 일정 경력을 쌓으면 직급이나 연봉을 올려 다른 자산운용사에 스카웃되는 일이 잦다는 이야기다. 다른 업권도 경력을 갖추고 이직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산운용업계는 업계 내 관행처럼 이직이 굳어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실상 인력 빼내기 전쟁"이라며 "자산운용사가 사무수탁사의 인력을 빼오면 사무수탁사의 업무가 힘들어지니 충원으로 이어지고, 소형 자산운용사에서 성장한 인력이 보다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로 옮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부연했다.
경력직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이어지자 백오피스 인력·시장 키우기에도 불이 붙었다. 우선 금융투자협회가 신규·자산운용사 직원 교육에 나섰다. '전문사모운용사 백오피스' 실무 과정을 개설해 협회 차원에서 부족한 인력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와 올해 재차 실무과정을 열고 마케팅, 운용지원, 컴플라이언스, 펀드 세무회계에 대한 강의를 지속했다. '자산운용업 운용지원인력 양성과정'도 신규 인력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예 백오피스를 전담하는 업체도 둥지를 틀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부문에서 자산운용사 종합컨설팅으로 폭을 넓힌 업체들이다. 펀드 회계업무를 전담하는 사무수탁사들과는 궤가 다르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제이텍과 라인업파트너스 등이 자산운용사 컨설팅과 백오피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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