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유상증자부터 승계까지 '요동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호실적 따라 2년만에 10배 상승, 3월 '롤러코스터'…주가·목표가 다시 오름세
허인혜 기자공개 2025-04-07 09:13:5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15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의 주가는 2024년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장을 이끈 종목들이 한화그룹에 몰려있습니다. '한화'라는 이름만 붙으면 주가가 오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죠. 특히 불기둥을 세운 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지난해 5월 20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올해 3월 장중 78만원대까지 오르며 80만원 고지를 넘봤습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8만원대였으니 2년 3개월 만에 10배로 뛴 셈입니다. 2년 간의 상승세는 '정공법'에 가까웠습니다. 주력 산업인 방산과 조선 분야의 호조 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장 흐름에 제대로 올라탔고, 전례없는 호실적을 냈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계열사들이 좋은 성과를 보이면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주가도 상승했습니다. ㈜한화의 평년 주가는 2만~3만원대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연초부터 서서히 주가가 오르더니 2월 5만원대로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한화의 주가가 잠잠했던 건 움직일 만한 요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화의 별도 사업이 있지만 주요 자체사업을 계열사로 넘겼고 남아있는 건설은 경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질산 분야는 신사업이고, 사실상의 별도 수익원은 계열사에서 올려주는 배당입니다. 자회사들의 실적이 워낙 좋다보니 실질적 지주사 주가까지 상승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올해들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보다 복잡해졌습니다. 실적과 경영판단이 혼재돼 주가를 흔들기 시작했죠. 한화그룹뿐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빅 이벤트로 꼽힌 한화오션 지분인수 여파와 대규모 유상증자, 한화그룹의 승계가 주가의 트리거로 작용했습니다. 하루 사이 10% 넘는 주가 변동이 3개월 동안 다섯 차례나 반복됐습니다.
◇Industry & Event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만원대에 불과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0만원대 주가를 두고 '급락'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몸값이 빠르게 올랐습니다.
실적이 곧 동력이었습니다. 2023년 4분기 시장의 컨센서스를 웃도는 성과를 내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초부터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3월 초 벌써 연초 대비 주가가 60% 이상 상승했죠. 1분기 기대가 너무 높아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도 그랬습니다. '일시적'이라는 게 시장의 공감대였고, 전망대로 한해 내내 성과가 좋았죠.
올해 2월 11일에는 주가가 하루만에 20% 넘게 올랐습니다. 이날은 2024년 연간 실적 발표 다음날이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액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43%, 영업이익은 무려 190%나 증가했습니다. 이후에도 방산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면서 주가를 계속 밀어올렸죠.
우상향 곡선은 3월 중순까지 이어지다 뚝 끊겼습니다. 3조60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되자 주가는 하루만에 13%가 하락해 60만원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대규모 유증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으로 이어지니 주가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었죠. 여기에 추가적인 하락요인도 있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조달 자금을 시설과 타법인증권취득자금 등의 투자 목적으로 쓰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유증 발표 일주일 전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오션의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았는데 이를 두고 유증과 승계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이어졌죠. 여기에 삼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소식도 알려지면서 '승계 유관설'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다시 오르는 속도도 빠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추가적인 투자 설명과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외인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삼형제에게 ㈜한화 지분을 증여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자 주가가 탄력을 받았습니다. 4월 1일 종가는 67만300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전인 3월 20일 종가 72만2000원의 93%까지 회복됐습니다.
◇Market View
시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주가를 받치고 있는 명확한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업적 성과죠. 사실 유증 다음날의 하락세는 증자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련의 사건들이 승계와 연관됐더라도, 한화그룹이 그룹의 중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장기적 가치를 깎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사업 전망도 밝고 위상도 분명하니 증권가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았습니다.
물론 증자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유증 발표 직후에는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습니다. 직전 리포트에서 90만원대 이상을 기대했던 DS투자증권은 유증 소식을 접하고 목표주가를 75만원까지 내렸습니다. 비슷한 시기 LS증권은 81만원에서 73만원으로, 다올투자증권은 78만원에서 70만원으로 목표가를 낮췄죠.

다만 리포트들이 유증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LS증권의 리포트 제목이 증권가의 분석을 대변합니다. 최정환 연구원은 '아프지만 가야할 길'이라는 제목으로 "필요한 투자였지만 조달 방법이 아쉽다"면서도 "급변하는 방산 환경에 현금흐름이 따라가지 못해 발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증 발표 후 한주가 지나자 증권가에서는 다시 목표가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NH투자증권이 지난달 25일 목표가 87만원을, 교보증권은 31일 8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대신증권과 현대차증권도 매수 투자의견과 함께 목표가를 상향조정했습니다. 지난주부터 나온 리포트들은 유증을 추진력과 연결지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신한투자증권의 3월 31일자 보고서에서는 지분 증여가 유증 논란을 정면돌파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본업에 집중하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테크윈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이만큼 키운 경영진의 능력을 다시 봐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Keyman &Comments

삼형제 승계 작업은 이미 방향성이 잡혔습니다. 김 부회장이 핵심인 방산·조선·에너지를, 김동원 사장이 금융을,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로봇·반도체 장비를 진두지휘합니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오션·시스템·솔루션 등 조선·방산·석유화학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비상무이사를 겸하거나, 모회사를 통해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재무를 책임지는 인물은 박지철 전무입니다. 2023년 전략부문 재무실장으로 선임됐습니다.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에서 재무 담당 임원직을 거쳤습니다. 이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사주를 사며 책임경영에 동참했습니다.
IR부문은 한상윤 IR담당 전무가 담당합니다. 한 전무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출신입니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커뮤니케이션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21년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2022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IR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더벨은 최근 주주총회 등을 통해 한 전무와 직접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한 전무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성장 투자가 곧 밸류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한 전무는 "밸류업은 기업가치를 늘리겠다는 의미인데, 성장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업데이트를 계속 드릴 전망"이라고 답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전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자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해보고 했을 때는 (신뢰가) 흔들리는 부분은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한 전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진 펀더멘탈이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 대상 설명회를 이어갈 계획이고, 라이벌 기업과의 갭을 좁히는 투자에 대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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