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약사 오너십 점검]환인제약 자사주, 지분승계의 마지막 퍼즐⑥해외펀드 경영권 공세 트라우마…외부 회사 통해 18% 자사주 확보
조영갑 기자공개 2019-12-23 08:59:02
[편집자주]
중소 제약사 오너십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수십 년간 경영을 책임진 1세대, 2세대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후계자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있다. 전면에 나선 일부 경영자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혁신을 주도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관행을 답습하기도 한다. 중소 제약사 오너십의 전환 양상을 점검해보고, 회사의 미래상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인제약은 정신과 치료제 시장에 특화된 제약사다. 정신, 신경질환 치료제인 리페리돈, 쿠에타핀의 매출액 비중이 80% 선이다. 3분기 벌어들인 1200억원 중 리페리돈과 쿠에타핀으로만 1000억원 가까운 매출(964억원)을 올렸다. 시장점유율 20%로 1위다. 2018년 1546억원의 매출액, 2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1978년 서울대 약대 출신 이광식 회장이 설립했다. 이 회장은 41년 째 경영을 지휘하고있다. 2012년 아들 이원범 씨가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되면서 부자(父子)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미국 듀크대에서 MBA를 마치고 2006년 회사에 합류했다.
오너일가의 지분은 크지 않다. 이 회장이 18.63%, 이 사장이 2.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합치면 21.21% 수준이다. 반면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합치면 오너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외인 지분이 눈에 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9.99%, 인터내셔널밸류어드바이저(AVI)가 9.83%를 보유하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이(11.22%), 국민연금(7.31%) 역시 주요 주주다.
환인제약은 2000년 초반부터 해외사모펀드 등 FI의 공격을 받아왔다. 2003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한 외국계 PEF가 2006년 연합하면서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PEF로 바뀌기도 했다. 2006년 12월 28일 환인제약의 최대주주는 이광식 회장에서 데칸밸류어드바이저(Deccan Value Advisors Fund L.P. 외 3인)으로 변경됐다. 당시 지분율은 이 회장이 20.65%, 데칸 측이 20.83%였다. 이후 데칸은 감사와 사외이사 추천 건을 두고 오너 측과 표 대결을 벌이다 실패하고 2009년 지분을 정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환인제약은 업계에서 지위가 탄탄하고 곳간(현금성 자산)이 두둑한 곳이지만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된다"면서 "이 때문에 외국계 사모펀드의 공세가 늘 있어왔다"고 밝혔다. 경영권 위협까지 겪은 터라 환인제약 입장에선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사모펀드의 공세로부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은 자사주다. 환인제약의 자사주 비율은 18%(333만3000주) 선에 달한다. 오너의 지분을 합하면 40% 수준이다. PEF의 경영권 공세가 실패한 것도 자사주의 존재가 컸다.
현재 아버지 밑에서 CEO 수업을 받고 있는 이 사장의 지분이 2.58%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이 환인제약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우호지분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돈이다. 현재 자사주 가치(19일 기준)는 530억원에 달한다. 당장 대량매입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너 측은 외부의 비상장사를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신약개발업체를 인수해 외부 R&D의 거점으로 만들면서 수익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시나리오다. 환인제약은 지난 4월 신약개발업체 앰브로비앤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1%를 확보했다. 앰브로비앤피는 서울대 약대 교수들이 설립한 회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향후 이 회장의 지분을 이 사장이 그대로 증여받아도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 회사를 통해 자사주를 점진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우호지분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실무작업은 환인제약 이동수 전무가 총괄하고 있다. 이 전무는 재무전문가로 앰브로비앤피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이 사장 역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신생업체인데다 당장 매출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에 따라 PEF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전망이다. 앰브로비앤피는 현재 비알콜성지방간염치료제(NASH)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 7월 설립된 앰브로비앤피는 현재까지 매출액 없이 31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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