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국내 최대 화학사로 거듭난 롯데케미칼이 '숨 고르기'를 끝내고 내년부터 외형 확대 작업을 재개할지 관심을 모은다.

롯데케미칼에게 2019년은 대내외적 변화가 컸던 해였다. 오랫동안 롯데케미칼을 이끌어오던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부회장이 물러나고, 김교현 사장과 롯데지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임병연 부사장 '투톱' 체제가 시작된 첫해다.

업계는 임 부사장이 롯데지주에서 M&A 등의 사업 확장 업무를 도맡았다는 전례를 들며 롯데케미칼이 올해 M&A 시장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올해는 롯데케미칼이 공격적인 M&A를 이뤄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 가능성을 저울질해보는 등 M&A에 대한 가능성을 전면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인 스탠스는 아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대다.

올해는 2010년 중반부터 시작된 석유화학업계 '초호황기(슈퍼사이클)'가 마무리됐던 해였다.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올레핀·아로마틱 계열의 화학 제품들은 글로벌 시황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한다는 특성이 있다. 2015~2017년 공급 부족으로 수혜를 입었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정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정점'이었던 2017년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무려 3조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18.5%를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564억원에 그친다. 영업이익률도 8.2%를 기록하고 있다.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한 해를 마감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수익성 하락 국면이 지속하다 보니 신임 대표이사였던 임 부사장 역시 비우호적 환경을 이유로 들며 올해만큼은 적극적인 M&A보다는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왔던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대신 비핵심자산 정리 등 내부 사업 개편에 열중하는 한 해를 보냈다.

이외 현금 유입 건으로는 롯데케미칼 USA(LC USA)와 미국 액시올이 공동 보유하고 있는 LACC, LLC에서 액시올이 LC USA가 보유 중인 지분 약 35%에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약 9549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일이 대표적이다. 액시올의 콜옵션 행사 이후 LACC, LCC에 대한 LC USA의 지분율은 88%에서 53%로 하락했다.

10월 말에는 영국 소재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 UK 지분 100%를 DAK Americas에 매각했다. 2010년 인수 이후 누적 순손실액만 2000억원이 넘어가는 상황이었고, 생산하는 제품 특성상 시너지 효과가 작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거래 대금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에 보유하고 있는 '국제빌딩' 역시 매각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고르게 지분을 보유하다가 2013년 롯데케미칼이 전량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한 국제빌딩은 약 600억원 수준에서 매각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적극적인 M&A가 이뤄지지 않았던 대신 국내 에너지 업체들과의 협업이 빛났던 한해였다. 올해 2월 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에 2960억원을 출자함과 동시에 올해 7월에는 GS에너지와의 계약 체결로 약 8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케미칼에서는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콤플렉스(HPC) 건설하고, GS에너지와의 합작사에서는 비스페놀A(BPA)와 C4 유분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업계는 내년 다시 시작되는 롯데케미칼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2030년 매출 50조원, 세계 7위 글로벌 화학사라는 슬로건인 '비전 2030'을 내걸고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며 거대화를 시작한 롯데케미칼이 내년 본격적인 외형 성장에 재시동을 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롯데케미칼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사업의 진도가 본격적으로 나가는 시점"이라면서 "글로벌 초대형 화학사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내건 만큼 M&A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사업은 인도네시아 내 에틸렌 100만 톤, 에틸렌글리톤 70만 톤 등 다양한 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화학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래 예산으로 4조원을 책정했던 롯데케미칼은 투자 규모를 5조원으로 증액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