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운용, 태영건설 경영참여 노림수 '주가 상승' 베팅 [스튜어드십코드 발동]400억대 차익실현 기회 불구 '보유' 무게...내재가치 저평가 판단 행보
이효범 기자공개 2019-12-27 15:40:37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6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을 대상으로 한 경영참여 활동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처음으로 요구한 사안은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다.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주주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2년 넘게 태영건설에 투자를 실시해온 가운데 마음만 먹으면 수백억원의 차익실현도 가능한 상태다. 다만 여전히 태영건설의 내재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추가적인 주가 상승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머스트자산운용은 2017년 4월 10일 처음으로 태영건설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로 공시했다. 당시 주식 383만8320주를 1주당 5278원으로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율은 5.02%이고, 총 투자금은 203억원에 달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이후 태영건설 주식에 대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왔지만 전반적으로 매수에 무게를 뒀다. 가장 최근 공시인 지난달 27일 기준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수는 1211만48주로 지분율은 15.85%이다. 태영건설 지분을 보유했다고 최초로 공시한 이후 2년 7개월 가량의 기간동안 꾸준히 주식수를 늘려온 셈이다.
최근 3년간 태영건설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초 5000원대였던 주가는 2018년을 전후해 급등했다. 지난해 중순경에는 1만800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등락을 거듭해오다 최근에는 1만1000원 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머스트자산운용이 태영건설 주식을 매수한 평균단가는 단순계산으로 약 7987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7일 종가기준 태영건설 주가 1만1700원과 비교하면 3713원 낮은 가격이다. 당시 시점에서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했더라면 450억원 가량의 차익실현이 가능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그러나 차익실현보다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이미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데 이어 최근에는 태영건설 이사회 산하 기구로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태영건설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측은 머스트자산운용의 제안에 대해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머스트자산운용의 제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제안을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라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이처럼 태영건설 경영 참여에 이어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앞서 공시를 통해 태영건설의 내재가치는 시가총액을 훨씬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또 지배구조상 큰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주주와 경영진의 선택에 따라 태영건설그룹의 내재가치와 시장의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작년말 기준 태영건설의 PBR(Price Book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은 0.8배 수준이다. PBR은 해당기업의 주가가 순자산(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에 비해 1주당 몇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보다 낮을수록 해당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도 머스트자산운용이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배경에 대해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지주사 전환 등의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했던 기업의 주가가 요지부동이거나 하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이라는 소재가 해당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사례들도 점점 나오고 있다"며 "통상 기업분할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 과정이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추진된다기 보다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머스트자산운용이 이사회 진입을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태영건설 경영진이 추진하는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가령 배당이나 사업구조 효율화 등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최근 공시를 통해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해 대표성 있는 주주와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의사결정에 반영하면 태영건설그룹은 보다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모든 주주의 가치가 보존되고 또 극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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