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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점검]'금융당국 주도 한계' 유연성 잃은 발행시장②가계부채 개선효과 아직…인정 한도·최소 물량 제한, 시장 위축 우려

피혜림 기자공개 2019-12-27 14:00:00

[편집자주]

2019년 커버드본드가 원화 채권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관련 법률이 제정된 지 5년여 만이다.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예대율 당근책을 제시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적중했다.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잔액을 예수금으로 인정 받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들은 속속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 조성 원년, 조달 규모 3조원을 넘어선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6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예대율 혜택으로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이 원화 채권 시장에 싹을 틔웠지만 부작용도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 도입 취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이었던 것과 달리 시중은행은 예대율 개선에 집중해 괴리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예수금 인정 한도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던 금융당국이 이후 별다른 후속 논의를 진행하지 않자 그나마 첫삽을 떴던 발행시장 또한 움츠러들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원화 커버드본드의 최소 발행금액을 제시한 점 역시 걸림돌이다. 올 하반기 채권 시장이 움츠러든 환경 속에서도 시중은행들은 채권 디스카운트를 감수한 채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서야 했다.

◇5년물 중심, 가계부채 개선 효과 '글쎄'

2019년(1월1일~12월 24일) 발행된 원화 커버드본드 대부분은 5년물이었다. 3조7200억원의 총 발행 물량 중 3조4200억원이 5년물이었다. 전체 물량의 92%에 달하는 비중이다.

금융당국은 만기 5년물 이상의 원화 커버드본드를 예대율 산정 시 예수금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장기물 조달에 대한 리스크 등을 감안해 시중은행이 예수금 인정을 위한 최소 만기 단위인 5년물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커버드본드 발행의 법적 근거가 되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에 관한 법률은 시중은행에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자산에 부합하는 장기 조달 수단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로 국회를 통과했다. 커버드본드로 안정적인 장기 조달길을 열어둘 테니 이를 기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로 공급해 가계부채 안정성을 높이라는 의도였던 셈이다.

문제는 5년물 중심으로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구축될 경우 가계부채 구조 개선이라는 당초 도입 목적과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5년물 커버드본드의 경우 장기 고정금리 상품보다는 혼합형 금리(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전환) 상품과 매칭된다는 지적이다. 혼합형 역시 고정금리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혼합형 상품은 이미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5년이라는 실질 고정금리 기간 등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 평균 듀레이션으로 약 7년 가량이 제시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현재의 만기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시중은행들이 해당 자금을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쓸 만한 장기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주택금융공사가 MBS 발행으로 조달하는 상품 뿐인 실정"이라며 "시중은행이 예수금 비율 개선에 집중하다보니 가계부채 구조 개선이라는 당초 정책 도입 취지와는 멀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도 1%, '반짝' 시장조성 우려…시장 변화에도 발행 급급

예수금 인정 혜택으로 시중은행의 발행 물꼬는 틔웠지만 이 역시 한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초 금융당국이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예수금 인정 한도를 현행 1%에서 추후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시중은행의 발행행렬을 이끌었지만 이에 대한 추가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KB국민은행은 올해 발행으로 한도까지 남은 여력이 5000억원 수준밖에 남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2조1200억원의 커버드본드를 찍었다. 조달 한 해 만에 예수금 인정 한도인 2조6000억원 수준에 상당 부분 도달한 셈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화 예수금 인정 한도가 상향되지 않는 한 커버드본드 발행 물량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장은 가계부채 안정화 등의 대의적 명분으로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정착 단계까지는 어느 정도의 실익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일괄신고채와 동일한 수준으로 발행량을 권고하는 점 역시 시장 조성의 한계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커버드본드에 대해서도 당초 신고물량의 80% 이상을 발행토록 하고 있다. 커버드본드의 경우 관련 규정 등에서 최소 발행 물량을 제한하고 있지 않지만 물량 신고 후 해당 범위내에서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이같은 제한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소 발행 물량이 제시된 탓에 시중은행은 시장이 위축되는 환경 속에서도 조달을 지속해야 했다. 올 하반기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비롯해 상반기 채권 시장 호황기에 조달 이력이 있었던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 역시 난항을 겪었다.

결국 시중은행은 채권 디스카운트를 감수하고서야 발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 커버드본드 발행 금리가 은행채 민평 대비 3bp 가량 낮게 조성됐던 것과 달리 11월과 12월 조달금리가 1~2bp 수준으로 높아진 배경이다. 발행 시장에 대한 당근과 채찍과 더불어 수요-공급의 선순환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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