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승부수]녹십자, R&D 핵심 키워드 '희귀질환·중국'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 시판허가 기대…IVIG-SN, FDA 재도전
강인효 기자공개 2020-01-09 08:23:38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문턱에서 두 차례나 좌절을 맛본 GC녹십자가 2020년 해외 시장 공략의 좌표를 중국으로 수정하고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다. GC녹십자의 중국 시장 공략의 중심에는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 희귀의약품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두 치료제 모두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신약 품목허가 승인을 받으면 매출 발생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 작지만 중요한 목적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제약기업으로서의 본질과 목적을 명확히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녹십자는 올해에도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을 필두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가 올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바로 중국 시장이다. 앞서 작년 5월과 7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옛 CFDA)에 각각 그린진에프와 헌터라제의 품목 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그린진에프는 2010년 GC녹십자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A형 혈우병 치료제다. 제조 공정상 혈장 유래 단백질을 쓰지 않아 안전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GC녹십자는 2016년 사업성 저하 등을 고려해 미국 임상을 중단하고 혈우병 치료제의 성장 잠재성이 큰 중국 시장에 집중해왔다. 중국 내 전체 A형 혈우병 환자 중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가 2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유전자재조합 제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그린진에프와 같은 치료제의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보건당국에 신약 품목 허가를 신청하면 통상 12개월 내로 심사 결과가 나오는 만큼 그린진에프는 이르면 상반기 내로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진에프의 중국 현지 판매는 GC녹십자 중국법인인 녹십자생물제품유한공사(GC China)가 맡는다.
그린진에프와 함께 연내 중국에서 허가가 기대되는 헌터라제는 작년 9월 현지 보건당국으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NMPA는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가 긴급히 필요한 분야의 혁신의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심사기간 단축을 위해 우선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헌터라제가 중국에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9개월간의 검토기간이 부여되는 만큼 오는 4월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이 없다.
앞서 GC녹십자는 작년 1월 중국 제약사 캔브리지파마슈티컬스(CANBridge Pharmaceuticals)와 헌터라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캔브리지파마슈티컬스는 중국 등 중화권 국가에서 헌터라제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캔브리지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7월 NMPA에 신약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캔브리지파마슈티컬스가 헌터라제의 중국 내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기 때문에 현지 판매도 이 회사가 맡는다.
헌터라제는 'IDS(I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정제된 IDS 효소를 정맥 투여해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 GC녹십자가 2012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했고,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 공급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헌터라제는 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마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만2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중국의 헌터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빠른 탑라인 증가와 더불어 이익단에서 마진율 개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헌터라제는 세계 최초의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글로벌 제약사 샤이어의 '엘라프라제'보다 먼저 중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는 첫 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GC녹십자는 올해 중국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력 제품인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으로 미국 시장에도 재도전한다. 연내 FDA에 IVIG-SN 10% 제품에 대한 신약 품목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제제인 IVIG-SN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면역글로불린의 함유 농도에 따라 5%와 10% 제품 등으로 나뉜다. 혈액제제는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한 의약품이다.
GC녹십자는 2015년 FDA에 IVIG-SN 5% 제품의 품목 허가를 신청하고 심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2016년 11월과 2018년 9월 연거푸 FDA로부터 제조공정 자료를 보완하라는 공문을 받아 허가가 지연돼왔다.
GC녹십자는 그동안 두 제품에 대한 미국 진출 준비를 함께 진행해왔다. 하지만 5% 제품보다 먼저 10% 제품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회사 측은 "미국 IVIG-SN 시장에서 10% 제품이 전체 시장의 70%가 넘는 4조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시장성이 큰 제품부터 허가를 준비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며 "당초 미국 허가를 준비 중이던 5% 제품은 10% 제품의 미국 허가 신청 이후에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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