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중소·중견 면세점, ‘생존’ 걸린 치열한 물밑 경쟁⑥SM·엔타스·시티, 핵심 수익처…'복병' 그랜드·듀프리·부산 등장할까 촉각
김선호 기자공개 2020-01-20 07:46:46
[편집자주]
국내 면세점 강호들이 10조원 매출이 걸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찰 경쟁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고의 입찰가를 제시하기 위해 혈전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참전을 앞둔 면세사업자는 경쟁사의 베팅 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치열한 물 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 입찰 전쟁 속 각 면세사업자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6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중소·중견 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입찰 승패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시내면세점 운영으로 인한 출혈을 인천공항 면세점 수익으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할 시 면세사업을 접어야 하는 전사적인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천공항 입찰에 중소·중견업체로 하나투어 SM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그랜드관광호텔(면세사업부), 시티플러스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김해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을 운영 중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와 부산 지역 시내면세점과 부산항만점을 운영하는 부산면세점이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천공항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 대상 사업권은 DF9(전 품목), DF10(전 품목), DF12(주류·담배) 구역이다. 3개 사업권을 두고 최대 6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SM면세점, 시티플러스, 엔타스듀티프리은 알짜 수익을 내고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반드시 수성해야 되는 입장이다. 이들의 벽을 넘기 위해 그랜드관광호텔은 공격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SM·엔타스·시티, 생사 건 수성전
현재 입찰 대상 구역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SM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시티플러스는 ‘수성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시내면세점 출혈을 메꿀 수 있는 유일한 출구 전략이 공항면세점이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현금 곳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을 감내한 입찰가를 제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인천공항에서 진행된 제2여객터미널 입찰 당시(2017년)를 살펴볼 때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높게 제시한 입찰가는 최저수용금액보다 약 20% 높은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제2여객터미널 입찰 당시 최저수용금액 대비 엔타스듀티프리는 10.3%, SM면세점는 21.2%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시티플러스는 최저수용금액과 거의 차이가 없는 금액을 제시했다. 이러한 경향을 볼 때에 현 운영사업자는 T1 입찰에서도 최저수용금액보다 20% 정도 높은 수준에서 입찰가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3사는 모두 지난해 시내면세점 출혈로 인해 현금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M면세점의 현금성자산은 2018년 말 103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엔타스듀티프리는 2018년 말 117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으나 지난해 적자경영으로 인해 현금곳간이 축소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티플러스의 현금성자산은 2018년 말 141억원이었으나 지난해 2월 말 135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자회사 탑시티면세점의 시내면세점 폐점에 따른 출혈로 현금곳간은 더 줄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 추가 경쟁사가 나타나 입찰 경쟁에 불이 붙을 경우 현 운영사업자는 예상보다 높은 입찰가를 베팅해야 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자칫 입찰가를 무리하게 제시할 시 인천공항점에서까지 출혈이 일어나 사업 수익성이 더 떨어질수도 있다.
◇주목받는 그랜드관광호텔, 공격적 외형확장
그랜드관광호텔이 인천공항점 확장을 위해 공격 준비태세를 갖췄다. 그랜드관광호텔 관계자는 “작년 시내·출국장·기내면세점별로 나뉘어져 있던 구매팀을 통합하는 등 내실경영에 힘 썼다”며 "이제 인천공항점 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수익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면세사업을 영위하기 시작한 그랜드관광호텔은 2016년 제주항공 기내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하며 2017년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외형확장책에 주력해 2018년에 인천공항 진출 숙원을 풀었다. 그랜드관광호텔은 이번 인천공항 입찰에서도 승기를 잡아 더욱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DF9(SM면세점), DF10(시티플러스) 구역의 지난해 매출(거래액)은 각 695억원, 6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 0.8%, 0.3% 상승한 수치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2018년 초 개항함에 따라 이용객이 분산돼 T1 면세점 매출이 줄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로는 소폭 증가한 셈이다.
다만 엔타스듀티프리가 운영하는 DF12 구역의 점포는 주류·담배 품목만 판매할 수 있는 탓에 전년동기대비 11% 하락한 3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류의 경우 대기업이 할인 경쟁을 벌이는 품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엔타스듀티프리는 SM면세점, 시티플러스와 함께 인천공항점에서 영업이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관광호텔은 3개 사업권 중 한 곳에서라도 승기를 잡아 실적 개선을 이룰 방침이다. 흑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는 그랜드관광호텔은 현 운영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경쟁사 대비 입찰가를 더 높일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다. 그랜드관광호텔의 2018년 말 현금성자산은 21억원이나 면세사업 영업이익을 통해 현금곳간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랜드관광호텔에 이어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와 부산면세점도 인천공항 입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관계자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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