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적자·회계변경 후유증…역대 최대 차입금 8조 규모, 이자비용 두배 확대…투자 vs 차입감축 딜레마
최은진 기자공개 2020-01-20 13:36:3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7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의 총 차입금이 역대 최대치인 8조원 규모로 치솟았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1조6000억원 규모의 리스가 부채로 잡힌 것이 주된 영향이었지만, 면세사업 부진 등의 이유로 2년 연속 적자를 본 것도 후유증을 남겼다. 상장 재추진을 위해 밸류에이션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차입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8조533억원 규모다. 전년 말 5조9754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 이상 늘었다. 같은기간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4조2640억원에서 6조5376억원으로 확대됐다.
호텔롯데의 차입금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1조원 수준에서 관리됐지만 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2017년 5조원대로 치솟았다. 그리고 지난해 8조원 규모를 넘어서면서 부채비율은 2015년 75.1%에서 128.2%로 확대됐다.
지난해 유독 급격하게 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회계기준 변경 이슈가 있다. 2019년 새 리스회계기준서(K-IFRS 제 1116호)가 도입되면서 운용리스를 부채로 계상하고, 이자비용은 물론 사용권 자산의 감가상각비까지 반영되기 시작했다. 호텔롯데의 경우 면세점 리스계약 규모가 조단위인 만큼 재무지표 변화가 불가피 했다.
호텔롯데의 리스부채 규모는 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늘어난 차입금 2조원의 상당부분이 회계기준 변경 때문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차입금 수준만 놓고 보더라도 역대 최대규모의 차입금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총 차입금은 6조4500억원 규모, 전년말 5조9754억원 대비 5000억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회계기준 변경 이슈가 아니더라도 호텔롯데는 자체 재원을 활용해 투자 및 운영자금을 감당키 어려운 여건이었다. 2년간 연속적자를 낸 데 따라 곳간을 채우지 못한 결과로 외부조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호텔롯데는 매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 투자를 집행한다. 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투자활동으로 집행된 자금만 연평균 8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지난해엔 유형 및 무형자산 처분 등에 나서는 등 보수적 투자를 집행한 데 따라 이례적으로 현금유입이 유출보다 더 많았다.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만큼의 자금을 벌어들였다면 굳이 외부차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3000억원, 58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곳간이 말라갔다. 사드 이슈에 따른 중국관광객 급감, 인천공항 면세점 임차료 급증 등으로 면세사업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고, 호텔사업 적자폭도 확대된 이유였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도 2017년 2000억원으로 전년도 4000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고, 2018년엔 마이너스(-)1871억원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투자 및 운영비용 등을 차입금을 끌어와 쓸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차입금 의존도는 2016년 24.9% 수준에서 지난해 9월 40%로 두배 가량 확대됐다. 역대 최대 차입금에 따라 이자비용도 대폭 늘어났다. 호텔롯데는 보통 이자비용으로 연간 1000억원 정도 썼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까지 3분기동안 지출된 이자비용은 이보다 높은 1700억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예년 대비 약 두배 가량 많은 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대폭 개선됐다는 점은 안도할 만하다. 차입금 상환에 나서며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선 밸류에이션을 높여야 한다. 투자를 멈출 수도 없는 셈이다. 호텔롯데 입장에선 상당히 고민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고 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과 적자 등의 실적 부진으로 차입금이 과도한 상황이고, 상장 재추진도 지연되는 분위기"라며 "단기간 내 차입금 감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예보료율 인상 따른 비용 부담 확대 '우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후계자 준비 본격화…계열사 CEO 인선 촉각
- [저축은행 예보한도 상향 여파]'머니무브 효과' 수월해진 자금 유치…조달 개선 기대
- 나우어데이즈 신곡 '렛츠기릿', 주요 음원차트 진입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임추위 마음 사로잡은 '성장스토리 시즌2' 프리젠테이션
- 유연성·독립성 갖춘 코웨이 코디, 시공간 제약 없어 'N잡' 가능 눈길
- [SGI서울보증 IPO 돋보기]기한 내에서 최대한 신중히...예보도 팔 걷었다
- [JB금융 김기홍 체제 3기]'속전속결' CEO 승계 완료, 대체불가 리더십 입증
- [thebell note]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엇갈린 선택
- 상호금융권, 대부업 자회사 출자 '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