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이 곧 기업인 바이오 벤처. 기술을 쥐고 있는 창업주가 곧 기술이자 기업이다. 유독 바이오업계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같은 걸출한 스타 오너가 탄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런데 만약 이 독보적 인물이 사라진다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까? 유무형자산들이 시스템을 이루고 여러 역량이 고르게 분포해 있는 일반기업과 다르게 바이오텍에서 창업주 단 1인의 부재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 이슈로 번진다.
그럼에도 매출없는 작은 벤처라는 명분으로 '승계'라는 말은 감히 물을 수도 없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모든 기업에 통용되지만 바이오텍에 있어선 만사 정도가 아니라 생존문제인데도 그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다. 창업주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기도 하다.
아직 업력이 짧아서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2000년을 전후해 설립된 1세대 바이오텍인 바이오니아, 리가켐바이오, 알테오젠, 파멥신 등을 살펴보면 창업주가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여전히 중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나이는 대부분 1950년대생, 평균 68세다.
일반 기업으로 넓혀보면 70세는 충분히 일할 나이라고 보지만 단 1인의 영향력이 막강한 기술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승계를 논하고 고민할 때다. 일반기업들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가십성의 단순한 '후계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내야 하는 순간에 이르렀다.
바이오텍을 누가 이끌지에 따라 기술은 물론 정체성까지도 바꿔놓을 수 있다. 일반 기업보다도 바이오텍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이슈일 수 있다. 충분히 고민하고 답을 내린 후 주주들을 이해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올 초 오리온그룹 품에 안긴 리가켐바이오의 승계 철학 그리고 과정은 바이오업계에 귀감이 된다. 일찌감치 창업주 김용주 대표는 물론 경영 총괄 역할을 한 박세진 사장까지 그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낙점하고 교육했다. '김용주·박세진'이라는 투톱 경영진이 없어도 리가켐바이오는 리가켐바이오답게 유지 및 발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놨다.
지분승계 역시 자녀로의 승계가 아닌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력 있는 파트너를 세웠다. SK, 현대, 한미 등 유수의 기업들을 마다하고 선택한 파트너가 이종기업집단이라는 점에 여러 말들이 오고갔지만 이 역시 '리가켐바이오다운' 발전을 지원할 파트너라는 원칙을 놓고 보면 꽤 합리적인 판단으로 읽힌다.
리가켐바이오의 승계원칙이 정답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승계원칙과 철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정리한 후 그에 맞는 후계자와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은퇴시점이 다가오는 창업주가 여전히 기술과 경영을 쥐고 진두지휘하는 바이오텍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운 좋게 어쩌다 기술이전 빅딜이 체결됐다고 기업으로서의 영속성이 담보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오텍도 기업이다.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하는 건 기업의 당연한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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