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불거진 금감원, 라임사태 발벗고 나섰다 [Policy Radar]위험신호에도 늑장 대응 '지적'…라임운용과 MOU 체결 전망
허인혜 기자/ 최필우 기자공개 2020-01-29 08:13:19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각되자 금융감독원이 사태해결을 위한 발동을 제대로 걸고 있다. 임직원 횡령과 환매 중단, 폰지사기 연루까지 연이은 폭탄이 터지는 동안 금감원이 뒷짐을 졌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라임운용이 출범 이후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는데도 선제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금감원은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통보하고 펀드를 회계법인 기준가에 맞춰 상각하도록 종용하는 등 사태 해소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검찰 공조 과정이 남았고 펀드 상각에 대한 판매사와 금감원, 라임운용의 입장이 달라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와 별개로 추가 현장조사와 인력 파견도 고려하는 중이다.
공조 방안으로는 라임운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내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라임운용이 최근 선임에 나선 외부 최고운용책임자(CIO)가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투서 이어졌는데…'시그널' 못 잡은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지난해 치른 현장 실사에서 라임운용의 부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눈총은 가시지 않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공모펀드사 전환을 준비하던 2018년부터 라임운용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지만 금감원이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다. 수차례의 경고음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라임자산운용(투자자문)에 몸담았던 2015~2019년 짧은 기간 중에도 안팎으로 시끄러운 동정을 겪었다. 이 전 부사장을 향했던 의심은 횡령과 투자 손실 돌려막기 등이다. 라임자산운용 발로 터져나온 논란과 유사한 특성을 띤다.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2018년 3월 파티게임즈 회사의 전환사채(CB)를 액면가 그대로 판매한 일이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었던 파티게임즈의 CB를 제 값에 팔면서 논란이 일었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분분했지만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다.
이 전 부사장은 2018년 12월 스트라이커캐피탈의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261억원을 횡령한 A증권사 출신의 인물과 공조했다는 의혹이 암암리에 불거진 적도 있다. 2019년 7월에는 솔라파크코리아가 이 전 부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등을 제기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가 '오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하하기도 했다. 솔라파크코리아를 손자회사로 둔 바이오빌도 이 전 부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소했다.
당시 솔라파크코리아는 바이오빌 CB 매각 과정의 불법성을 지탄했다. 라임운용이 250억원을 투자한 바이오빌이 기간이익 상실 사유에 들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라임운용은 담보로 잡았던 바이오빌 100% 자회사 셀솔라를 장외업체 메트로폴리탄에 225억원에 팔아 손실을 메꿨다. 셀솔라는 솔라파크코리아의 모회사다. 자연히 솔라파크코리아는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솔라파크코리아는 이 과정에서의 손실 돌려막기 의혹과 수재 혐의를 기재해 고소장을 냈다. 라임운용과 이 전 부회장의 부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앞선 수원여객 횡령 공조 등의 정황을 상당히 상세하게 기록해 고발했다고 전해진다.
지투하이소닉의 소액 투자자들도 비슷한 시기 라임운용을 탄원했었다. 라임운용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매각하며 손실을 피했다는 투서였다. 이 건으로 라임운용은 압수수색을 받게 된다.
"당사에 악감정을 가진 피투자기업들의 모함이다." 도미노 고소가 이어졌지만 라임운용이 택한 방식은 자기검열이 아닌 법적대응이었다. 라임운용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무고죄와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대응했다. 법적공방 직전 솔라파크코리아와 바이오빌은 연이어 고소장을 회수했다. 2019년 7월 펀드 돌려막기 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는데도 라임은 또 다시 '오해'라고 해명했다.
결정타인 리드 800억 횡령이 터지기 전 길게 울렸던 사이렌도 있었지만 감독당국은 선제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후 라임운용이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한 시기는 금감원의 실사 기간이었던 8~10월과 맞물린다. 금감원의 검사 직후 라임운용이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플루토 TF-1호' 환매 중단에 나서면서 오래 곪은 고름이 터졌다. 대규모 환매 중단 후에는 무역펀드 부실과 폰지 사기 연루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임운용이 공모운용사 전환에 자신감을 보였던 시기는 증권가에 흉흉한 소문이 나돌던 기간과 일치한다. 여러차례의 경고음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자 대범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위태로운 절벽에서 공모운용사 전환을 신청했지만 금감원은 부실논란이 아니라 대주주인 이 전 부사장의 국적이 캐나다라는 이유로 서류를 돌려 보냈다.
이때도 라임운용을 돌아볼 만한 '레드 라이트'가 들어왔다. 금감원 지침상 외국인 개인이 운용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이유는 횡령과 배임이 일어날 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제한이 있을 수 있어서였다. 라임운용은 최대주주 개편을 통해 이 전 부사장 등 외국 국적의 직원 주식을 보통주에서 전환우선주(CPS)로 바꿨다. 사실상 언제든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해 이전의 구조와 차이가 없었다. 라임운용 스스로도 '기존 소유구도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실사평가 공개 않는 금감원, 늑장 파견·제재 검토 "사후약방문도 늦네"
라임운용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난 뒤에도 금감원의 대응이 '너무 늦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대규모 손실이 자명한 상황에서 사후약방문 격의 제재와 조사 발표, 판매사와의 조율조차 느리다는 질타다.
금감원은 지난해 8~10월 시행한 실사 평가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감사 결과로 손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밝히겠다는 게 금감원의 의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공개할 만한 자료를 선별해 고지하고 금감원의 입장을 뚜렷이 밝히는 게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이라고 요구한다.
사실상 실사 결과로 공개할 법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10월 실사 당시 라임운용의 불법행위보다 유동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유동성 리스크에서 실수했다고 파악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10월 2일 현장검사에서 관련 문제사항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검사 시기 자체가 '뒷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불법성 논란, 사모사채 환매 불가, 수익률 돌려막기 등 이미 사고가 터질 대로 터진 뒤에야 실사를 해 부실의 진행 속도를 따라잡기 불가능했다는 해석이다.
금감원이 검찰에 이 전 부사장에 대한 수사 참고자료 통보를 처음으로 했던 시기는 9월 10일이다. 금감원은 고발 대신 한참 수위가 낮은 수사 참고자료 통보로 첫 사건을 갈무리했었다. 수사 참고자료 통보는 확실한 혐의를 잡지는 못했지만 정황 증거 등을 일부 확보했을 때 이를 검찰에 넘기는 방식이다. 수사 여부도 검찰이 정한다. 수사 의뢰나 고발과 비교해 가장 낮은 조치다.
검찰은 두 달이 지난 11월 15일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사장은 1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타나지 않고 도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종필 부사장을 고발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기관간 협조라고 이해해 달라"며 "수사 진행 여부는 검찰에 따로 확인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책임론이 부각되자 금감원은 판매사와 라임운용에 뒤늦은 회초리를 들었다. 펀드 상각과 기준가 조정,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인력 파견과 감독기관 제재안 검토 등이다.
라임운용이 해법으로 펀드 상각(회계상 손실처리)을 들고 와 금감원도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판매사와의 잡음이 커 펀드 상각·기준가 확정 안건도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펀드 상각 등의 조치 역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이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 관여할 여지는 없다. 검사인력 파견, 감독기간 제재안도 검토 중이지만 결론은 짓지 못했다.
20일 금감원은 2020년도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공개하며 헤지펀드나 DLF(파생결합펀드) 등 고위험으로 분류된 금융상품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난도 상품 영업행위 준칙과 의무·녹취·숙려제도 강화를 포함한 사모펀드 종합 개선 방안을 지키는지 점검하고, 펀드 불건전 영업행위 검사를 심도 있게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금감원, 라임운용과 별도 MOU 무게…신임 CIO 키맨될까
라임운용이 최근 외부 인사를 CIO로 선임하기로 결정한 것도 금감원의 압박이 바탕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라임운용, 판매사, TRS 계약 증권사로 이뤄진 3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CIO 영입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고 라임운용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자 협의체 구성에 대한 업무협약(MOU) 체결이 공식적으로 발표됐고, 라임운용과 금감원이 CIO 선임과 업무 협조를 골자로 하는 별도 MOU를 체결할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라임운용과 금감원이 MOU 체결을 공식화하지 않고 물밑에서 교류를 이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감원이 당국 책임론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앞으로 라임운용이 내려야 하는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원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라임운용의 상황을 시시각각 정확하게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게 금감원 입장에선 가장 편안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금감원과 라임운용이 환매 속개를 위해 합을 맞춰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미 투자자 피해 정도가 라임운용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금감원 역시 수수방관을 이어갈 수 없는 실정이다.
조만간 영입이 확정될 라임운용 신임 CIO가 금감원과 라임운용의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사를 중용하기로 한 건 금감원이 라임운용과 소통하는 데 있어 제3자를 영입하는 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임운용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역시 객관적 시각을 갖춘 매니저가 합류해 사태 수습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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