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직장인에게 월급은 회사를 다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샐러리맨(salaried man)'이라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최고의 복지는 월급 인상'이란 글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현대상선이 올해 임직원 임금을 1% 올렸다. 최근 10년 내 최저 폭이라는 최저임금 인상률(2.9%)은 물론 짜기로 유명한 공무원 보수 인상률(2.8%)도 한참 하회한다. 심지어 이번 임금 인상은 2011년 이래 9년만이다. 모처럼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지만 직원들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키진 못했다.
사실 이번 임금 인상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현대상선이 올해를 발판 삼아 재도약할 계획인 만큼 직원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이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10년 연속 적자를 내며 상당히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다. 올해 해운동맹 가입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수를 계기로 적자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게 목표다.
경영 위기 장기화는 사기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직급이나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한 부장급 직원은 "적자에 빠진지 10년 됐으니 과장급 이하는 한 번도 자기 손으로 수익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셈"이라며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씁쓸해했다. 견디다 못해 이직을 고민했거나 실제 직장을 옮긴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거듭되는 임금 동결은 일할 의욕마저 꺾어 놨다.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현대상선 직원들의 통장에는 9년째 같은 금액이 찍히고 있다. 그마저도 월급에서 공제되는 각종 세금이 오르며 실제 손에 떨어지는 돈은 매년 소폭씩 줄고 있다고 한다. '10년 적자'가 휩쓸고 간 자리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숙고 끝에 꺼내든 카드가 임금 1% 인상이다. 직원 사기 진작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진들도 이번 결정에 앞서 고민이 깊었을 터다. 조금씩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해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처지다. 아무리 소폭일지라도 임금을 인상하는 것 자체로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를 감당하면서까지 인상을 추진한 건 올해를 반드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이번엔 1%지만 추후 상황이 나아지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으로도 해석된다. 단순히 월급을 올려 준게 아니라 앞으로 회사가 점차 나아질 거란 희망을 쏘아올려 준 셈이다.
직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1%는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이번 1%의 임금 인상이 구성원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이끌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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