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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프런티어, 라임 후폭풍?…FI만 웃었다 [오너십 시프트]②수익 조건 낮춰 600억 차환 발행, 액면가 리픽싱 등 혜택

박창현 기자공개 2020-01-31 10:35:35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인프런티어가 6개월 만에 600억원 규모의 채권 차환 발행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FI)를 중심으로 M&A 구조를 짜 둔 상황에서 대외 변수 여파로 투자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수익률 보전 차원에서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FI들은 전환가격 하향 조정과 리픽싱 한도 확대, 조기상환 기준 완화 등 다양한 당근책을 받으면서 이 거래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인프런티어는 최근 총 600억원 어치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차환 발행했다. 이번에 새롭게 11회차 CB(400억원)와 13회차 BW(200억원)를 발행하면서 작년 7월에 발행한 9회차 BW(300억원)와 10회차 CB(300억원)를 미리 갚는 구조다. 영인프런티어 측은 사채권자와의 상호 합의를 통해 만기 전 사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급 이자도 없었다.

사채 발행은 영인프런트어 M&A 계획의 일환이다. 제주스타투어-알투써밋 컨소시엄은 지난해 기존 최대주주로부터 영인프런티어 경영권 지분을 취득했다. 과학 기자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이오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곧바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CB와 BW 발행이 그 결과물이다.

업계는 M&A의 실질적 중추인 FI들의 이탈 방지와 투자 수익률 보전을 위해 차환 발행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차환 발행 과정에서 다양한 수익 안전장치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CB·BW 투자자는 'KB증권'이다. 하지만 KB증권은 자산 운용사의 지시를 대리해서 수행하는 명목 투자자일 뿐이고, 실질적인 투자 결정은 운용사와 수익자들의 몫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운용사와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영인프런티어 자산을 취득했을 뿐"이라며 "이번에도 차환 발행 의사결정이 내려와 단순히 그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영인프런트어 FI는 자산운용사에 직접 자금을 투입한 개인이나 법인들이다. 영인프런티어 새 주인 입장에서는 FI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이 필수적이다. FI 자금이 있어야만 신사업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라임 사태와 무자본 M&A 논란 여파로 영인프런티어는 거센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 바이오 진출 기대감에 주가가 7000원 대에서 1만5000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각종 악재로 현재는 4000원 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주가 하락으로 메자닌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자 새 주인 측은 아예 차환 발행에 나서 FI 측 투자 조건을 완전히 새롭게 조정해준 모습이다. 작년에 발행된 메자닌의 경우, 주가 상승기에 발행된 탓에 행사 가격이 9000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조기상환 청구권( Put Option)도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뒤부터 행사가 가능했다. 가장 중요한 행사가격 조정(리픽싱) 한도도 최초 전환 가격의 최대 70%로 못 박았다.



하지만 이번에 차환 발행된 메자닌은 투자자 측에 유리한 조건들이 대거 포함됐다. 먼저 조정 장세 주가가 적용되면서 CB와 BW 행사 가격 모두 앞선 조건의 절반 수준인 4800원 대로 낮아졌다. 주식 전환에 따른 수익 달성 기준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여기에 조기상환 청구 시점도 더 짧아졌다. 11회차 CB는 발행일 이후 10개월 뒤부터 상환 요청을 할 수 있고, 13회차 BW는 당장 올 4월부터 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채권자가 원하면 발행 3개월 만에 투자금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 만큼 투자자의 편의를 최대한 반영해 줬다는 평가다.

메자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리픽싱 한도도 투자자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앞선 사채는 리픽싱 한도가 최대 70%였지만, 이번에는 전환 가격 조정 한도를 보통주 액면가인 500원으로 낮췄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10분의1 토막이 나기 전까지 FI들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FI 수익 보전을 위해 영인프런티어 측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까지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 등 악재로 FI 이탈 리스크가 커지자 영인프런티어 측이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내건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 주주와 달리 FI들은 다양한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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