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최근 단행한 인사·조직개편의 키워드는 '젊음과 슬림'였다. 구호에만 그친 시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꽤 젊어지고 슬림해졌다. 임원 수는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 수로 돌아왔다. 나이도 젊어졌다. 전무 이상 고위직은 대폭 줄었고, 40대의 신규 임원 승진자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전체 임원 5명 중 1명이 40대가 됐다.조직 체질 개선 처방으로 '젊음'과 '슬림'을 가장 먼저 꺼내 든 구 사장의 결정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같은 개편을 내부 동요없이 순조롭게 매듭지었다는 점이다. 특히 '전임자 흔적 지우기'가 없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오너가 없는 기업에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는 본인 중심 체제로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황창규 회장과, 이석채 전 회장 등 모두 이 과정을 답습했다. 황 회장은 기존 임원 중 상당수를 자기 사람들로 교체했다. 이는 임기 초반 살아남은 자 새로 합류한 자 사이의 어색한 동거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구 사장이 이 과정을 생략한 이유는 회사 내부 상황을 이미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기 초반 조직에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채워넣어야 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리해서 조직을 장악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32년을 KT에서 근무한,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자의 안정감이다.
CEO 자리를 두고 유력 경쟁자였던 박윤영 전 부사장을 중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CEO 선임 당시, 현직자 후보들 중 낙마하는 자는 다음 거취가 불분명할 것이란 게 내부 분위기였다. "차기 CEO가 본인 자리를 두고 경쟁선상에 올랐던 인물과 경영진을 함께 구성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사내 정치 논리가 강한 KT 조직 특성 탓이었다.
이런 설들을 뒤로 하고 구 사장은 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중책을 맡겼다. 업계는 이를 두고 '투톱체제'라 칭했다. 경쟁자였던 박 부사장을 본인과 같은 반열로 올리고 일종의 '협치'를 선언한 셈이다. 구 사장의 자신감이 읽힌다.
올해 본격적인 '5G 전쟁'을 앞두고 있는 KT는 비장하다. 12년만에 내부 출신 CEO를 얻으면서 자존감도 어느때보다 높다. 구 사장의 안정감과 자심감이 KT의 추진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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