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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위기 독일부동산펀드 DLS]위임약정 카드 꺼낸 반자란, 원리금 회수 시나리오는시행사 동의 얻고 담보권 행사 추진…거부시 EOD 선언후 '법정관리인'과 협상

최필우 기자공개 2020-02-06 07:51:1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파생결합증권(DLS) 원리금 상환 '키'를 쥐고 있는 반자란자산운용이 시행사와의 포괄적 위임약정(PoA) 카드를 꺼냈다. PoA가 체결되면 반자란자산운용이 주도적으로 부동산 매각에 나설 수 있어 지지부진한 원리금 회수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재 개발이 지연된 부동산에 가장 많은 자금이 묶여 있는 신한금융투자는 원매자 확보에 나서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위임약정 체결되면 매각 '탄력'…오는 21일 '분수령'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반자란자산운용은 최근 독일 저먼프로퍼티그룹(GPG)에 PoA 체결을 요청했다. PoA가 체결되면 GPG가 관리 중인 부동산 매각 등에 대한 권한을 반자란자산운용이 행사할 수 있다. GPG는 PoA 체결 여부를 오는 21일까지 확정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첫 만기연장 사태에 직면한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DLS는 반자란자산운용 펀드와 수익률이 연동되는 구조다. 반자란자산운용의 펀드는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하고, 이 투자금이 독일 시행사 GPG의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출 형태로 투입된다.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이 반자란자산운용 펀드를 기초로 하는 DLS를 발행했고, 신한금융투자가 이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3900억원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DLS가 만기에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건 GPG의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독일 정부가 전통적 가치를 가진 헤리티지 부동산을 럭셔리 주택으로 개조하는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상품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개발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개발 속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부동산 매각을 통해 원리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6개월째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그사이 만기 연장 물량은 25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반자란자산운용이 GPG에 PoA 체결을 요구한 건 사실상 최후 통첩으로 해석된다. GPG가 개발 지연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이어 매각 작업에도 비협조적이라고 봤다. 반자란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2월 이같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 자금 회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2월 독일 현지를 방문해 가장 큰 자금이 묶여 있는 베를린 파워플랜트 개발 사업 원매자를 확보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연이자를 포함해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매입 희망가를 받아냈으나 GPG가 이를 거절, 매각 작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PoA가 체결되면 반자란자산운용이 사실상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가장 큰 사업장인 베를린 파워플랜트 뿐만 아니라 GPG가 관리하고 있는 모든 부동산 매각 작업을 병행할 수 있다. 원매자를 구하는 것과 매각가를 최종 확정하는 것 역시 반자란자산운용의 몫이 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GPG와 달리 반자란자산운용은 부동산 매각과 원리금 상환을 위한 작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PoA 체결 여부는 오는 21일 전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현지법에 따르면 PoA 체결 요구를 받은 사업자는 3주간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 반자란자산운용이 지난달 31일 PoA 체결을 요구해 GPG는 오는 21일까지 PoA 체결 요구에 응할지를 정해야 한다. GPG가 PoA 체결을 거부할 시 반자란자산운용은 기한이익상실(EOD) 선언이 불가피하다.

◇신금투, 최악의 수 '경매'는 막는다

반자란자산운용이 EOD를 선언하면 독일 현지법에 따라 법정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법정관리인은 채권을 회수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사람을 뜻한다. 이번 경우에는 법정관리인이 GPG가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을 동결 처리하고, 매각이나 경매를 통해 자금을 반자란자산운용에 돌려주는 절차를 진행한다.

EOD가 선언되면 신한금융투자는 반자란자산운용과 공조해 법정관리인과의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경매라는 최악의 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이 경매 매물로 나오면 시가에 비해 낙찰가가 현저히 낮아져 투자자 원리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신한금융투자가 확보한 원매자와 법정관리인을 연결해 최대한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는 21일 전에 GPG가 PoA 체결에 응하는 게 최선"이라며 "EOD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기는 경매 진행을 막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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