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급증하는 명퇴비용 대처법 희망퇴직비용 등 판관비 급증, 임단협서 '대안' 1인 지점장제 합의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10 11:20:1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판매관리비 조절 차원에서 희망퇴직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1인 지점장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매년 불어나는 희망퇴직자와 퇴직금 부담을 줄여 효율적인 비용관리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당제도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1인 점포마다 영업점과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16일 '2020 임금·단체(보충)협약'을 통해 1인 지점장제도 시행을 합의했다. 다음날(17일) 조합원들의 투표를 거쳐 조인식까지 마쳤다. 1인 지점장제도 성과측정, 운영방식 등 세부내용은 도출된 바 없으며 향후 노사 합의를 통해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긴축경영 차원에서 퇴직금과 성과급을 동시에 감축하면서 노사간 합의점을 도출해낸 과정"이라며 "임금피크제에 도입한 직원은 희망퇴직 압박 대신 추가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사측에서도 희망퇴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 비용 증가세…"CIR 40%대 후반 목표"
실제로 국민은행은 최근 4년 여간 발생한 희망퇴직비용이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시중은행 가운데 비용적 측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수준이다. 작년 1분기에도 국민은행 1년간 판관비는 9708억원이 발생해 전년(8474억원)에 비해 14.6% 증가했다. 4분기에만 일회성 비용으로 은행 희망퇴직비용과 특별보로금(성과급)이 각각 1730억원, 630억원 집행됐다.
국민은행이 올초 집행한 희망퇴직 비용이 전년도 회계에 반영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964~1967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했고 총 462명을 확정했다. 임금피크제 희망퇴직자는 작년(613명)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경쟁사(하나은행 277명, 우리은행 299명)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둔 연령대까지 포함이 되면서 대상자가 기존 1800명에서 2100여명으로 늘어난 결과다.
매년 희망퇴직이나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익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룹 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해 KB금융의 일반관리비용만 3530억원 증가했다. 작년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이었지만 성과급이나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증가해 전체 순익이 하락했던 점이 단적인 예다.
경영효율성 지표인 CIR을 보면 이러한 상황이 잘 드러난다. CIR은 영업(이자수익+비이자수익)으로 벌어들인 총영업이익 가운데 인건비, 점포 임차료 등 판매관리비로 지출되는 비율이다. 이 숫자가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1000여명 정도가 퇴직을 하면 CIR이 5~7%포인트 상승하는 구조다.
국민은행의 경우 판관비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총수익에 절반가량 수준이다. 전체 판관비 가운데 인건비 관련 비용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은 전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최근 몇년새 희망퇴직 영향으로 일회성 퇴직금 비용이 연달아 발생해 CIR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며 "경상적인 수준의 일반관리비용 관리를 지속해 CIR을 40% 후반대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우리은행과 결 달라, 영업점과 시너지 관건
국민은행이 올해 계획 중인 1인 지점장제도는 궁극적으로 '인사적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고급인력들이 특정 영업점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쌓아온 역량을 발휘하도록 한 제도다. 더 나아가 비용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측 입장에서도 희망퇴직 비용을 줄여 판관비를 감축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결이 다르지만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00년부터 시작해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1인 영업을 원하는 직원들이 기업금융 위주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한다. 이들은 특정 영업점에 속하지 않는 프리랜서 개념이며 그 수는 현재 70여명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원큐뱅커제도란 이름으로 시행 중이며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자동차대출,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15년 당시 함영주 하나은행 부행장의 제안으로 태스크포스(TFT) 형식의 원큐파이오니어란 이름으로 발족했으며 2016년부터 원큐뱅커로 이름을 바꿨다.
다만 원큐뱅커제도로 구성된 조직은 총 33명이며 영업점장팀(8명)과 전문영업팀(25명)으로 구성된다. 퇴직한 지점장들은 영업점장팀에 배치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혜규모가 적은 편이다. 신한은행이나 농협은행도 사실상 1인 점포들의 경우 운영관리가 잘 안된다는 이유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
국민은행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사례를 참고하되, 운영방식을 전혀 다르게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1인지점장제에 대한 합의만 있을 뿐 어떠한 것도 구체화된 바 없다"며 "영업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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