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03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에서 고객을 유독 '손님'이라고 지칭하는 곳이 있다. 바로 KEB하나은행이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사태로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자 하나은행의 이러한 언어 표현이 유독 눈에 띄었다. 타 은행 어디에서도 손님을 이처럼 자주, 자연스럽게 쓰는 곳이 없기에 그 속사정이 더욱 궁금해졌다."하나은행에게 손님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작년 하나은행 임원들을 만날 때 마다 이 질문을 건넸다. 여러 답변을 종합해본 결과 손님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고객(顧客)자체가 일본에서 유래된 한자어라는 점에서 지양한다. 가급적 순수 한글인 '손님'으로 대체한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고객이란 단어에 '거래'의 의미가 짙게 내포된 탓이다. 자칫하다간 고객이 은행의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반해 손님은 더불어 사는 존재로 여겨진다. 유교사상에서도 본인은 희생할 지라도 손님에게는 사랑채를 내어주고 귀하게 대접하곤 했다.
어떻게 보면 하나은행의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한다. 하나은행의 모토는 언제든 들를 수 있는 사랑채와 같은 역할이라고 한다. 지나가던 손님도 편하게 차 한 잔 할 수 있고 사탕 같은 주전부리부터 비디오나 책과 잡지가 비치돼 있는, 그런 공간이다.
하나은행이 손님이란 단어를 고집하는 이면에는 고객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초심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이 90년대부터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라는 슬로건을 사용해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DLF로 얼룩진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일단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배치시켰다.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를 신설하고 산하 조직으로 '투자전략부-IPS부-손님투자분석센터'를 구성했다. 특히 손님투자분석센터는 투자자 성향에 따른 투자 적합성을 검증 관리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투자상품 선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듯하다.
지성규 행장이 작년 손님 중심의 영업문화를 확립하겠다며 영업평가지표(KPI)도 손님 수익률 배점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지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손님행복본부, 손님투자분석센터. 조직 네이밍부터 '손님'을 중시한다는 하나은행만의 색깔을 담았다. 아직 그 실효성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손님을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하나은행. 영업전선에도 판매실적에 급급하지 않는 문화가 깃들 수 있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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