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증권, 펀드판매 '패러다임' 바꾸나 카카오톡 이용자 4500만명 '잠재적 투자자'..펀드온라인코리아 사례 감안 회의론도
김진현 기자공개 2020-02-14 10:38:3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공모펀드 판매가 개시되면 카카오페이증권(옛 바로투자증권)이 공모펀드 판매 채널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들에게 친근한 카카오톡을 통해 투자자를 손쉽게 펀드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 위주로 라인업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P2P상품으로 투자 경험 제공…논란 속 '흥행'
카카오페이는 2018년 11월부터 투자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달 전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나 증권사 인수 시 대주주 적격 심사 등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P2P상품을 통해 금융상품 판매 실험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피플펀드와 손을 잡고 P2P상품을 선보였다. 카카오페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동산 담보 대출 채권, 온라인몰 선정산(장래매출 채권), 개인신용 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P2P상품을 선보였다. 12일 기준 카카오페이를 통해 투자가 마감된 상품은 총 1500건이다. 협력 P2P업체도 피플펀드 한곳에서 테라펀딩, 투게더펀딩 등 3곳으로 늘었다.
P2P상품에 대한 투자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에서 손쉽게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빠른 속도로 투자 상품은 매진이 됐다. 카카오페이는 고위험 투자 상품을 별도의 위험 고지 없이 판매한다는 비판에 따라 투자 서비스를 보완해왔다. 투자 위험을 일기예보 형식으로 보여줘 투자자가 직관적으로 위험도를 파악하도록 했다. 매우맑음-맑음-조금맑음-구름-비 등 5단계로 투자 위험도를 표기했다.
예컨대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으면 매우맑음이며 투자원금 손실 및 상환 지연 가능성이 높은 상품의 경우 비로 표기하는 등 단계별로 나눴다. 이와 별도로 투자 가이드를 제공하면서 P2P상품 투자 논란에 대처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P2P상품 투자가 카카오페이가 증권사를 인수한 뒤 본격적인 금융상품 판매를 대비한 연습이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카카오페이를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투자 위험도 고지와 같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공모펀드 판매 지각변동 일으킬까 '의견분분'
지난 6일 대주주적격 심사 승인이 떨어지면서 바로투자증권은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꿔 출범했다. 이로써 카카오페이는 증권사와 협업해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펀드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카카오톡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부터 과거 펀드온라인코리아(현 포스증권) 사례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보다 더 고위험 상품처럼 보이던 P2P상품도 절찬리에 판매된 걸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카카오톡 유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펀드 판매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사용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500만명이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에 탑재돼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대면 온라인 펀드 판매가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닌 만큼 카카오페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라며 "공들여 선보였던 펀드슈퍼마켓이 낮은 판매수수료 등으로 유인책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점을 볼 때 의구심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펀드라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해결하지 못하면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에서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 것이다.
◇ 카카오페이증권, 다음 스텝은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증권이 투자 위험도가 낮은 상품부터 라인업을 구축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증권이 첫 선을 보이기로 한 펀드 상품이 자산배분에 방점을 둔 EMP펀드(ETF Managed Portfolio)로 드러나면서 이같은 예상은 적중했다.
EMP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분산 투자하는 상품을 지칭한다. 업계에서는 ETF가 운용에 드는 비용이 적은 저비용 상품이라는 점에서도 투자자 유인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린다.
우체국이 펀드 판매를 시작하면서 채권형펀드 위주로 라인업을 구축했던 것처럼 당분간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보수적으로 펀드 라인업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바로투자증권 시절부터 홀세일 비중이 높았던 카카오투자증권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 상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개인투자자에게도 MMF를 통해 투자해 예적금 금리에 준하는 수익률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증권 홈페이지에는 카카오페이에 탑재될 예상 펀드 판매 화면이 표시돼 있다. 여기에는 '오랜 기간 검증된 #믿음직한 펀드'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때 설정된 지 오래된 트랙레코드가 있는 상품 라인업도 다수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바로투자증권 시절에도 판매됐던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 'DB진주찾기증권투자신탁제1호[주식]',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등이 유력하다. 각각 2002년, 2006년, 2008년 설정된 상품들이다.
카카오페이는 향후 빅데이터와 AI기반 투자자문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IT회사 기반인만큼 자사가 직접 알고리즘을 개발해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대면 투자일임을 위해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서 검증된 알고리즘이 필요한만큼 우선적으로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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