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사장단 의전 순위, 캐피탈에 뒤쳐진 자산운용 계열사 위상 변화 '눈길'....혁신성장·벤처육성, 캐피탈 적극 지원
김장환 기자공개 2020-02-17 14:19:2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카금생오자→은카금생오캐'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 위상에 묘한 변화가 생겼다. '6대 그룹사'에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빠지고 신한캐피탈이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계열사 사장단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도 자리신한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오렌지·캐피탈·자산운용 순으로 사장단 의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캐피탈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보다 앞에 섰다. 작년까지만해도 자산운용은 명실상부한 신한금융그룹 6인자였다.
신한금융 사장단은 종종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주요 모임을 함께 한다. 사장단 배석도 의전 순위에 따라 이뤄진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한참 예전에는 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정도가 참여했고 오렌지생명이 인수된 후 함께 하고 있다"며 "신한캐피탈도 얼마 전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 의전 순위가 기존 자산운용과 캐피탈 순이었는데 이제는 캐피탈과 자산운용 순서가 됐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의 계열사 '의전 순위'는 일반적으로 당기순이익과 총자산, 직원수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계열사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연간 순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캐피탈과 자산운용의 순위 변동이 의아하진 않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은 1260억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231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자산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산운용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는 자산운용이 50조4669조, 캐피탈이 7조5664억원이다. 캐피탈 자산이 자산운용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순이익을 기준으로 봐도 캐피탈이 지난해 처음으로 자산운용보다 많은 수익을 거둔 상황도 아니다. 캐피탈은 2017년 876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다가 이듬해 1034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순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자산운용 순이익은 2017년 197억원, 2018년 189억원으로 그 규모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순익은 캐피탈이 앞서간 지 오래됐지만 의전 순위 변동은 최근 들어 이뤄진 셈이다.
일각에선 신한금융 전반의 경영전략 수정과 맞닿아 있는 변화라는 평이 나온다. 자산운용 분야에서는 최근 몇년 동안 성장성에 한계를 체감할 수 밖에 없다는 평이다. 벤처기업 지원 육성을 통해 미래 수익성이 기대되는 캐피탈 쪽을 키우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조 회장은 2015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오기 전 2년 동안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아 그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신한금융이 자산운용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BNP파리바와 공동으로 내리는게 현실이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프랑스 최대 은행그룹인 BNP파리바(BNP Paribas Asset Management Holding)가 35%, 신한금융지주가 65%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와 합작사란 점은 강점이 되지만 한국 시장에서 필요한 공격적 자산운용 전략을 구사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라며 "BNP파리바가 유럽 은행 고유의 특성답게 중위험·중수익 전략 등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캐피탈은 현 시장 환경만 놓고 보면 성장 전망이 높게 평가된다. 벤처기업·스타트업체 육성은 이전 정권이나 바뀐 현 정권이나 공통적으로 밀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동반 성장 전략을 앞세워 신한캐피탈을 적극 지원사격하고 있다.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은행·카드·금투 등 계열사 전반이 참여한 벤처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확실한 성과도 보여줬다. 신한캐피탈은 신기술사업 등 기업금융 부문 자산이 최근 몇년새 크게 늘었다. 투자금융 부문도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한금융그룹 전사 차원의 매트릭스 조직인 그룹GIB부문에 합류했다. 각 계열사들과 함께 투자금융 부문을 키우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의전 순위 변동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실 10여년 전에도 자산운용보다 캐피탈에 더 우선 순위를 뒀었는데 환경 변화에 따라 양쪽 순위가 바뀌었다가 이번에 다시 바뀐 것"이라며 "앞으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하게 되면 합병 생보사가 신한금융투자보다도 앞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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