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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을 움직이는 사람들]조규상 운용사업부 대표, 위험 무릅 쓴 험지개척③사상 최대 3500억 수익… 브라질·러시아 등 7개 이머징마켓 국채 거래

이경주 기자공개 2020-02-24 13:17:36

[편집자주]

'고객의 만능 해결사'. NH투자증권에게 가장 적합한 수식어다. 국내 최고 투자은행(IB) 하우스이자 트레이딩(Trading)과 자산관리(WM) 부문 역시 톱티어 역량을 자랑한다. 특히 2018년 IB업계 대부로 불리는 정영채 사장 취임 후엔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도 달성했다. 뛰어난 결과엔 치열한 과정이 있다. 지금의 NH투자증권을 만든 핵심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9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의 2년연속 사상 최대 이익은 IB사업부와 함께 운용사업부(트레이딩, Trading)가 쌍두마차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 운용사업부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순영업수익 3565억원을 기록했다. 목표치(2665억원)를 134% 초과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체 순영업수익(1조4545억원)의 24.5%를 책임졌다.

운용사업부는 약 30조원의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 대체투자, 파생상품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운용해 수익을 내는 조직이다. 불황기에 수익을 내기 힘들고 변동성도 큰 사업이다. 어떻게 최대 실적이 가능했을까.

조규상 운용사업부 대표(부사장) 주도로 개척한 이머징국가(신흥국) 채권시장이 비결이다. 신흥국은 정치·경제가 불안정하고 치안수준도 낮지만 5~8%에 이르는 국채 수익률이 매력적이다. 조 대표는 팀을 꾸려 신변위협을 무릅쓰고 직접 해당 국가의 재무부와 중앙은행 고위직들을 찾아다니고 거래를 텄다. 운용사업부는 국내 최고 해외채권 하우스로 부상했다.

◇외국계서 20년 채권운용…김원규 전 사장과 인연, NH서 제2막

조 부사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채권 전문가다. 경력과 운용성과에서 견줄 사람이 몇 안된다. 외국계 은행과 자산운용사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면서 쌓은 폭넓은 통찰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외국계 특유의 리스크관리가 강점이다.

조 부사장은 1967년생(만53세)이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대유증권에 입사했다. 1995년 홍콩계 합작사 동방페레그린증권 채권부로 옮긴 이후론 2013년까지 외국계에서만 경력을 쌓았다. 1999년엔 맥쿼리IMM 자산운용 설립멤버로 참여했고 2000년엔 부대표가 됐다. 2007년 이 회사 주인이 골드만삭스로 바뀐 이후엔 대표(골드만삭스자산운용)로 승진했다.

조 부사장이 업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2004년 처음으로 전문기관에 채권운용 아웃소싱을 맡겼는데 2012년 말까지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9년 누적 운용성과 1위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2013년 10월 골드만삭스가 한국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사장이 국내 대형보험사로 이직을 추진 중이던 조 부사장을 전격 스카우트하기로 했다.

김 전 사장은 평소부터 조 부사장을 눈여겨봤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국내에 판매 인프라가 없어 국내 대형증권사들에 의지해 상품을 유통했다. NH투자증권도 파트너 중 하나였다. 조 부사장이 상품 소개를 할 때 만났던 것이 당시 LG투자증권(현 NH) 펀드판매팀장이었던 김 전 사장이었다. 상품은 양측에 훌륭한 수익을 안겨 줬고 둘 사이는 가까워졌다.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 설립…험지 이머징마켓 개척

2014년 NH투자증권에서 FICC사업부 대표를 맡으면서 채권운용 2막을 시작했다. 당시 증권사 채권운용 사업은 변곡점에 서있었다. 2000년대부터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가 지속되며 그동안 투자한 국내채권에서 막대한 수익이 창출됐다. 채권은 금리가 떨어질수록 가격이 상승한다.

하지만 2016년 중순부터 금리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채권운용 사업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해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인프라 투자발표와 함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 탓이다.

조 부사장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국내채권 수익률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 2014년부터 신흥국 시장 진출을 계획했다. 지금은 국내 최고 해외채권 조직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가 이때 탄생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 등 채권 전문가들을 뽑아 진용을 구축했다.

본인이 직접 험지 출장에 나섰다. 최소 국채를 주관하는 정부기관 고위직은 만나야 거래를 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도 예우를 갖춰 수장이 직접 협상해야 했다. 치안은 예상대로 불안했다. 브라질을 방문했을 땐 전날 상파울로 한인타운에서 무장강도가 출현해 주민 수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질병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라질에선 호텔 방에만 머물며 깻입에 컵라면을 먹으면서 전략회의를 했어야 했다”며 “또 브라질에선 예방접종만 6가지를 맞아야 했다. 남아공에선 흑인 아니고선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 차에서 내릴 생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016년 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 등 3개국 국채 투자로 시작해 2017년 인도와 멕시코, 2018년 터키와 남아공을 추가하면서 현재 총 8개 국가로 투자 영토를 확대했다. 멕시코는 조나단 헤스 중앙은행 부총재가 직접 조 부사장을 맞을 정도 관계가 두터워 졌다.

◇해외채권, 이익 절반 차지…가야만 하는 길, 먼저 갔다

덕분에 운용사업부는 지난해 해외채권을 통해 600억원 넘는 순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500억원대 후반인 국내채권보다 오히려 앞선다. 투입자산을 따지면 엄청난 결과다. 국내채권엔 21조원 가량을 투자한 반면 해외채권은 2조원에 조금 못 미친다. 국내채권 수익률이 1%대인 반면 해외채권은 환차익을 포함한 총수익률이 20~30%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론 신흥국은 정치·경제가 불안한 만큼 채권 수익률도 가변적이다. 어제의 이익이 오늘은 적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라면 먼저 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 조 부사장 지론이다. 아직도 대다수 경쟁사에겐 신흥국이 미개척지다.

앞선 관계자는 “국내 채권 투자만으로 이익을 내던 시대는 갔다. 위험하다고 도전을 피하면 먹거리가 말라 굶어 죽게 된다.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면, 먼저 경험하고 실패도 하면서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조규상 NH투자증권 부사장 약력

<학력>
1991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6년 경성고등학교 졸업

<경력>
2018/12 ~ 현재 NH투자증권 부사장, 운용사업부 대표
2015/01 ~ 2018/12 NH투자증권 Trading사업부 대표
2014/01 ~ 2014/12 우리투자증권 FICC사업부 대표
2007/09 ~ 2013/10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대표이사
2000/03 ~ 2007/08 맥쿼리 IMM자산운용 부대표
1999/10 ~ 2000/03 IMM투자자문(맥쿼리IMM 자산운용 설립 준비위원)
1998/04 ~ 1999/10 BNP파리바 은행 서울지점 자금부
1997/01 ~ 1998/01 Peregrine Fixed Income Ltd
1995/01 ~ 1996/12 동방페레그린증권 채권부
1990/12 ~ 1994/12 대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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