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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운용사 열전]이지스 '키맨' 윤정규 전무, 보험사 해외실물 '개척자'2016년 이지스운용 합류, '안정성 방점' 선진국 중심가 오피스 주로 투자

이효범 기자공개 2020-03-09 13:23:59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펀드 시장은 2016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금리 기조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큰폭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더벨은 그동안 시장을 일궈온 부동산 운용사들과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키맨(Key man)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2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해외투자부문 투자1파트장 전무(사진)는 부동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3년생인 그의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경력은 20년에 육박한다. 대학 졸업 이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뒤 1999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같은 파고를 몸소 겪으면서 '부동산'이라는 투자자산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동산을 빼고 그의 커리어를 논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시절 그의 장래희망은 부동산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면서 언론인을 꿈꿨지만, IMF 직후에 더욱 좁아진 취업시장에서 한우물만 파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그는 1999년 삼성생명 경영관리팀 사원으로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듬해 삼정KPMG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시 그는 기업회생채권을 주로 다루는 NPL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IMF 이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마저 도산한 가운데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자산평가까지 실시했다. 넓게 보면 윤 전무는 당시 처음으로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이어 2003년 삼정KPMG 내에 신설된 부동산팀으로 발령을 받아 부동산 자문 서비스로 업무영역을 확장했다.

◇부동산은 '입지가 반'…'투명성 높은' 선진국 투자

윤 전무가 직접 부동산 투자를 실시하게 된 건 외국계 부동산 회사인 GE리얼에스테이트로 자리를 옮긴 2005년부터다. 8년간 근무하면서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실무를 익혔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부동산 투자를 주로 실시했다. 당시 그와 함께 일했던 상사가 삼성SRA자산운용의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최영욱 전 전무다.

순탄한 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간담이 서늘했던 경험도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꽤나 마음고생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타격을 받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하락 사이클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6개월 정도 지난 뒤 사이클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엑시트 시점에는 매수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 전무는 그 딜(Deal)을 두고 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자 한편으로는 값진 경험이라고 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에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때였다. 부동산 투자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라는 생각이 한층 더 확고해진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시 최악의 상황에도 실물이 남기 때문에 시장의 강력한 충격에도 하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게 개인적인 견해"라며 "이때 입지가 상당히 중요한데 부동산 투자시 입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만으로도 리스크를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하방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는 물건을 발굴하려고 노력한다"며 "현금흐름이 나오는 양호한 입지의 부동산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해외 부동산 투자를 결정할때 해당 부동산이 위치한 국가도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실제로 선진국이 아니면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그가 투자한 부동산은 대게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에 위치했다.

윤 전무는 지난해 유럽 아마존 물류센터 포트폴리오 투자, 미국 AT&T 글로벌 본사 빌딩 투자 등을 성사시켰다. 유럽 아마존 물류센터 투자는 공모펀드를 설정해 유럽(영국, 프랑스, 스페인) 아마존 대형 물류센터 3건에 투자한 사례로 일주일만에 2300억을 모집했다. 또 미국 AT&T 글로벌 본사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설정, 국내 기관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해 약 1140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선진국은 법률적·제도적으로 투명성이 높다"며 "계약을 중시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해도 거래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개발도상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에 실사를 완료하고 계약을 하러 갔는데, 매도자가 가격을 100억원 더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처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가에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첫 해외 부동산 투자, 이지스와 '인연'...풍부한 유동성 장점

윤 전무는 2012년 한화생명 대체투자사업부로 이직해 LP로서 부동산 투자 경험을 쌓았다. 한화생명은 당시 신생사였던 이지스자산운용과 처음으로 해외투자를 실시했다. 마찬가지로 윤 전무에게도 첫 해외 부동산 딜이었다. 좀더 크게 보면 국내 보험사 최초의 해외 부동산 실물 투자였다는 점에서 그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투자 물건은 영국 런던 핵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오피스인 '원우드스트리트빌딩'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부동산펀드를 통해 카타르 국부펀드에게 2500억원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인수했다. 펀드 수익자는 윤 전무가 몸담았던 한화생명이었다. 몇년뒤 이지스자산운용으로 이직한 윤 전무는 이 부동산을 아제르바이잔 투자자에게 다시 매각했다. 당시 매각차익만 500억원을 남겼다.

윤 전무는 "첫 해외 부동산 딜로 한화생명이나 이지스자산운용에게도 꽤 의미가 있었던 거래"라며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해 한화생명 등 우리나라 기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를 막 시작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특이했던 점은 카타르 국부펀드로부터 인수한 영국 부동산을 5년뒤 다시 아제르바이잔 투자자에게 매각했다는 점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의 장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며 "부동산 투자시 단점 중 하나가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해외시장에서는 플레이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양질의 자산이라면 엑시트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이지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새출발 했다. 앞서 수익자 입장에서 볼때 이지스자산운용 구성원들의 열정과 전문성은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이직을 결심한 것과도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익자 입장에서 봤을때 이지스자산운용 구성원들은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며 "GE리얼에스테이트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실무작업에 나름 익숙했는데, 우리나라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태동하는 시기라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지스자산운용과 딜을 성사시켜 나갈때 마다 전문성이 높아지는게 느껴졌다"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시니어그룹이 버팀목 역할을 했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도 굉장히 신속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트렌드 물류센터, 올해 미국 임대주택 주목"

윤 전무는 이지스자산운용에서 만으로 3년 6개월 가량 근무했다. 어느덧 본부를 이끄는 관리자 직급까지 올라서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잔액은 6조7058억원에 달한다. 2019년 한해 동안 설정잔액은 2조591억원 증가했다. 국내 증가액 1조587억원과 비교하면 두배에 가까운 규모다. 윤 전무는 지난해 해외 물류센터 투자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윤 전무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트렌드는 물류센터"라며 "특정 국가의 유행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오피스빌딩에 필적할 정도로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 코어부동산으로 꼽히는 오피스빌딩은 가격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이커머스 시장이 커질수록 물류센터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엑시트 시점에 되면 매각시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미국 임대주택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이지스자산운용은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동산에 투자해왔다. 특히 미국에 투자시 주로 투자했던 자산은 중심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이다. 실물을 직접 매입하기 보다는 대출채권 위주의 안정적인 방식으로 투자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투자 섹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기존에도 포트폴리오 효과를 노리고 지역이나 투자자산별로 비중을 조절해왔지만, 미국 내에서도 투자자산군을 한층 더 세분화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 오피스 만큼이나 큰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를 시도해 볼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 임대주택은 수익형 상품이다. 거주 목적의 임대주택 수요가 많기 때문에 오피스에 비해서도 한층 투자 안정성이 높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오피스빌딩 투자시 연 수익률을 5% 라고 한다면 임대주택 투자 수익률은 이보다 소폭 낮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고수익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윤 전무는 "미국에서는 집을 사지 않는다면 임대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경기가 좋거나 혹은 나쁠때 임대주택의 수요가 줄거나 늘겠지만 그 변화의 정도는 크지 않다. 이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하방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 임대주택이 활성화 돼 있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생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험을 쌓다보면 익숙해 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망했다.

◆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해외투자부문 투자1파트장 전무 주요약력

△1999년 1월 삼성생명 경영관리팀
△2000년 10월 삼정KPMG회계법인 FAS(재무자문본부)
△2005년 3월 GE 리얼에스테이트 투자본부
△2012년 5월 한화생명보험 대체투자사업부
△2016년 8월 이지스자산운용 해외투자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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