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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유휴자산 매각 본격화…4월 주관사 선정절차 착수, 내달께 마케팅 본격화···'처분해야 할 자산' 평가 주목

이명관 기자공개 2020-02-28 08:19:12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유휴 자산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매각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은 주관사가 선정되는 4월께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등이다. 이번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재계에선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겨냥한 의사결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애정을 보였던 레저와 호텔업을 정리하겠다고 언급한 시기가 묘하게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시기와 겹친 까닭이다.

물론 이 같은 해석과는 무관하게 한진그룹 입장에서 이들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송현동 부지는 1종 주거지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제한돼 있다. 과거 수천억원을 들여 매입했지만, 토지 용토 변경이 어려운 탓에 애물단지로 남았다. 레저와 호텔은 대표적인 비수익사업으로 오랜기간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특히 작년 KCGI가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이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각을 주장했던 자산들이기도하다.

◇RFP 등기로 직접 전달, 물건별로 24일까지 제안 제출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이 유휴 자산 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부동산 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중개법인 등을 대상으로 입찰제한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한진그룹은 제안서 검토 후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4월께 주관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 및 건물(1만2246㎡)이다.

제안은 물건 별로 각기 따로 하도록 했다. 한진그룹은 각각의 제안서를 검토해 개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때에 따라선 한 곳이 도맡을 수도 있고, 복수의 자문사가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반 부동산과 함께 회사 지분 매각도 포함돼 있다보니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하도록 했다. 제안서 제출 기한은 내달 24일까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2개 업체를 선별해 등기를 통해 개별적으로 RFP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보안을 챙기기 위해 이례적으로 직접 문건으로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이다. 다만 재무구조 개선 목적과 동시에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세력(KCGI·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호텔과 레저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깊은 연광성이 있는 분야다. 2014년 '땅콩회항' 논란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약 3년간 조 전 부사장은 왕산마리나 프로젝트를 도맡아 진행했다. 이후 고 조양호 전 회장이 생전 그룹 전반의 경영권과 항공업을 조원태 회장에 넘기고, 조 전 부사장에게 호텔과 레저사업을 맡기는 형태의 승계구도를 그리기도 했었다.

그러다 고 조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세력의 등장 속에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칼을 빼들었다. 이 시기 한진그룹이 호텔과 레저 사업에 대한 매각에 나서자 조 전 부사장을 겨냥했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렸다.

◇기업가치 제고 필수 작업 '평가'

이 같은 해석과는 별개로 이들 자산은 한진그룹의 가치 제고를 위해선 처분해야할 자산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매각 대상을 살펴보면 모두 한진그룹의 애물단지나 다름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유휴 자산 매각의 핵심으로 꼽히는 송현동 부지는 한진그룹이 10여년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부동산이다. 한진그룹이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무려 2900억원을 들여 해당 부지를 사들였다.

한진그룹은 이듬해 곧바로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좀처럼 현실화하지 못했다. 서울교육청은 당시 학교 인근 200m 이내에 호텔을 건립할 수 없다는 법안을 거론하며 계획을 반대했다. 그러다 2015년엔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복합문화센터인 ‘K익스피리언스’를 건립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 마저도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그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면서 송현동 부지는 한진그룹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규제에 막혀 10년 넘게 방치된 셈이다. 송현동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 60%에 용적률 150%의 제한을 받는다. 여기에 인근 지형으로 인해 고도제한도 16m까지 걸려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도 해당한다.

이렇다 보니 이번 매각도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거론되는 가격은 5000억원 선인데, 이 정도 가격을 주고 해당 부지를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종 주거지역이다 보니 개발에 제한이 있고, 토지용도를 변경하기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한진그룹이 10여년 이상 해당 부지를 놀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 전경

조 전 부사장을 저격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게 만든 왕산레저개발도 그동안 한진그룹에겐 애물단지였다.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요트 계류장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할 목적으로 대한항공이 자본금 60억원을 투입해 설립했다. 고 조 전 회장은 당시 관광레저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레저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기대와 달리 왕산레저개발은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2년 1082만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4년 4억9810만원, 2016년 12억7775만원, 2018년 22억9434만원으로 적자폭이 늘었다. 2018년 당기순손실 규모는 50억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누적 순손실 규모는 342억원에 달한다.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대한항공으로 재무 부담이 전이됐다. 대한항공은 수차례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통해 왕산레저개발을 지원했다. 2012년부터 2013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백억원씩 지원했다.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출자한 자금은 총 1500억원에 이른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보니 계속해서 왕산레저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각을 통해 사업을 정리하는 게 한진그룹 입장에서도 필요한 셈이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호텔이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비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호텔사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1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한진칼 호텔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도 지난해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5년 이래 5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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