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재무전략 전환기' 포스코, 3조 빌려 1조 갚은 배경은'공격적 레버리지' 전환…순현금 4년 만에 최대, '재무 안전판' 역할 예상
구태우 기자공개 2020-03-02 11:31:3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금에는 '기회비용'이 있다. 현금은 유한한 자원인 만큼 적은 비용을 치르고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게 합리적이다. 보유 현금에 대한 기회비용은 투자에 따른 잠재적 수익이다. 현금이 부족해 발생할 손실과 잠재적 수익을 고려해 현금을 얼마나 보유할지 결정해야 하는게 '현금 운용의 묘'다.기회비용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려면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비용이 과소평가되면 비용대비 편익이 크게 나타나고, 과대평가된다면 선택에 따른 만족도 크지 않다. 특히 최소의 비용으로 이윤을 많이 내야하는 기업이라면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주식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재무적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면밀하게 계산해 기업과 주주에 최대한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화폐 가치가 낮아지고 국내 투자 환경이 악화된 시기라면 현금 운용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CFO의 고민이 깊어진다. 현금을 쌓기도 투자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걸까. 포스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지난해 재무상태표를 공개했다. 별도 기준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781억원으로 집계돼 1조원을 넘었던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은 2592억원이었는데 1년 새 현금성자산이 7189억원 증가했다.
포스코는 2015년 이전까지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2016년 2조8441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현금성 자산 규모는 1205억원까지 낮아졌다. 3년 간 3000억원 안팎을 유지하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유동비율도 폭증했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546.7%로 전년(431.1%)보다 115.6% 포인트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유동비율이 100% 미만일 때 유동성이 안 좋은 것으로 판단하는데, 포스코의 유동비율은 삼성전자(200.5%)보다 2.7배 높다.
기업의 유동성이 높은 건 경영진과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다만 현금의 기회비용 측면으로 볼 때 경영진이 투자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보다는 부득이하게 현금을 쌓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포스코는 재무전략을 '공격적 레버리지'로 전환하면서, 이에 대한 안전판으로 현금성 자산을 쌓고 있다.
철강업은 전방인 건설 및 자동차 산업과 후방산업이 악화되면서 시장이 침체됐다. 특히 지난해 철광석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호주의 '천재지변'으로 인해 원재료 공급이 줄면서 원가가 크게 올랐다.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고로 철강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포스코는 8.5%의 영업이익률을 내면서 경쟁사보다 선방했다. 그럼에도 철강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투자보다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포스코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철강업의 달라진 위상을 알 수 있다. 2012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조1384억원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 3조600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이 기간 동안 40% 가까이 감소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현금흐름표를 보면 현금성 자산을 쌓은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포스코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조757억원으로 2011년 이후 9년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한 건 현금유출액보다 현금유입액이 크다는 의미다. 즉 부채를 상환하기보다 늘리기로 재무전략을 바꿨다는 의미다.
지난해 포스코는 2조9500억원을 외부에서 차입했다. 반면 차입금 상환 규모는 1조원 미만으로 평년보다 감소했다. 지난 한 해 동안 3조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고, 1조원을 상환했다.
향후 부채 상환 시 보유 현금이 부족할 수 있어 이를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도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쌓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성 차입금은 1조1464억원이다. 포스코의 높은 유동성을 감안하면 차입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 이를 종합해보면 포스코는 저금리 시대 '지렛대 효과'를 적극 활용하는 재무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지렛대 효과는 타인자본을 조달해 핵심영업 및 투자활동에 재원을 투입하고, 이자비용에 초과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방식을 일컫는다. 이에 대한 '안전판'으로 현금을 충분하게 쌓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올해 별도 4조1000억원, 연결 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철강 부문에는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고, 광양제철소 3고로 개수하는데 투자금을 배정했다. 부생가스 발전선비도 신설한다.
현금 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을 분석하고 결정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중선 전략기획본부장(CFO)이다. 전 부사장은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2005년까지 경영기획실과 기획조정실, 투자관리부를 두루 거쳤다. 2018년 3월 가치경영센터장을 역임, 지난해부터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다.
회계 분야의 한 전문가는 "현금성 자산을 과도하게 보유할 경우 자본시장의 견제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자본시장에서 조달했다면 채택되지 않았을 투자계획이 보유 현금을 활용할 경우 투자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CFO가 기업가치를 향상할 적정 보유 수준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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