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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초과수익]'탄탄'한 재무구조…비행기 안 떠도 걱정 없다⑥부채비율 37%, 공기업 평균 하회…"과감한 결단 필요"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02 11:28:48

[편집자주]

항공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항공사 영업적자 규모는 대략 5000억원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항공 연관 산업은 항공사의 부진에도 불구 호황을 지속한다. 지상조업 업체, 케이터링 업체, 공항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본 산업이 수렁에 빠지고 있는데 연관 산업은 호황이 계속되는 기이한 항공산업 구조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특히 조단위 흑자를 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수익구조를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항공산업 시스템의 문제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8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산업의 근간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있다. 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 6개 LCC 대표들이 28일 정부에 ‘생존’을 호소하고 나섰다.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세 가지 지원을 요청했다. 6개사가 공개적으로 정부에 SOS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엔 경영안정자금 무담보·장기 저리 지원, 고용유지지원금 비율 한시적 인상과 함께 공항사용료 및 세금의 전면 감면이 포함됐다.

◇항공사들 호소에도 공항사용료 '그대로'

LCC 대표들의 도움 요청은 지난 17일 정부가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내놓은지 열흘 만에 나왔다. 이를 두고 정부의 지원책이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항공사 CEO들의 목소리를 듣고 마련했다고 보기엔 실질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이란 쓴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3월부터 최대 3개월 동안 공항시설사용료를 면제가 아닌 납부 유예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것도 굳이 전년 동기 대비 여객이 감소한 항공사에 한정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착륙료 10% 감면은 6월부터 2개월간 실시하기로 했다. 이 역시 상반기 중 항공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 한한다. 인천공항 조명료 등 각종 사용료의 감면기한 연장 여부는 검토 단계에 머물 뿐 전혀 진전이 없다.

이는 항공사들이 숨 넘어가기 직전인데도 정부와 공항공사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긴급상황에서 재빨리 인공호흡기를 대주는 대신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추가적인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으나 지금껏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공항공사가 더 늦기 전에 항공사들과 상생하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파트너인 항공사들의 침몰을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재도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항공사들의 경영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공항사용료 등을 그대로 부과하고 있다. '이러다 죽겠다'는 항공사들의 성토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모습이다.

◇부채비율 37%, 공기업 평균 크게 하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항공수익과 비항공수익을 기반으로 매년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4년 흑자전환한 이래 15년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이 2016년 2조원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순이익이 쌓여 2019년 6월 기준 이익잉여금이 5조2548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단순히 매출만 높은 기업이 아니다.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가량을 이익으로 남기는 등 어마어마한 수익성을 자랑한다. 영업이익률이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인건비 확대로 매출원가가 증가하며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50%에 육박한 수준이다. 순이익률 역시 30~40%대를 오가는 등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곳간에 쌓아둘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부채비율도 양호하다. 제2 여객터미널 건설사업을 국고지원 없이 진행하면서 사채를 발행하느라 부채가 늘었다고 하지만 부채비율이 37% 수준이다. 이는 전체 공기업은 물론 인천공항공사가 속해있는 시장형 공기업 평균보다도 낮다. 인천공항공사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따라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된다.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이고 전체 수입액 중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이란 의미다. 현재 국내에서 시장형 공기업은 부산항만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16곳이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40.5%로 공기업 평균인 178.4%와 시장형 공기업 평균인 175.8%를 모두 크게 하회한다. 특히 매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통해 꾸준히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엔 37% 아래로 떨어졌다. 부채 규모도 공기업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시장형 공기업의 부채규모는 총 180조원으로 평균 11조2500억원 가량이지만 인천공항공사의 부채는 3조5600억원 수준이다. 공기업 가운데서도 재무건전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조원대의 부채와 수백%의 부채비율을 끌어안고 있는 항공사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행기 안 떠도 주기료·임대료 번다

물론 이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항공여객 급감 사태가 인천공항공사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항공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착륙료' 감소가 불가피하다. 탑승교사용료와 수하물처리시설사용료, 체크인카운터사용료 등도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항 내 주기장에 머무는 항공기들의 대수가 많아지고 시간도 길어져 주기료(정류료)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는 항공기의 중량(기종)에 따라 30분 단위로 정류료를 부과하고 있다. 요금 책정 기준은 대형항공사(FSC)와 LCC가 동일하다. LCC의 주력 기종인 B737-800(65톤) 1대를 24시간 동안 세워둘 경우 36만8160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대형기인 B747(395톤·179만5200원)이나 B777(352톤·163만80원)의 경우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진다.

특히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입점 업체들로부터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도 거둔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낙찰가인 '최소보장금'을 기본으로 매년 임대료를 납부한다. 공항이용객이 대폭 줄어 매출이 급감하더라도 무조건 최소보장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따라서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에 손님 발길이 끊기더라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다. 현재 면세점업계도 공항 임대료 책정 방식을 일시적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응답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공항사용료 등을 감면할 경우 일시적으로 수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체력을 잘 갖춰놓았으니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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