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테마주 점검]셀리버리, 패혈증 치료제로 도전…한계는?'iCP-NI', 최근 동물실험 마치고 임상 준비…치료옵션에 그칠수도
강인효 기자공개 2020-03-06 08:07:08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외 제약바이오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업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 테마주다.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벨은 이들 업체들의 코로나 관련 R&D 현황을 짚어보고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한 신약 개발업체 셀리버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셀리버리가 개발하고 있는 중증 패혈증 치료제 'iCP-NI(개발명)'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회사 측은 최근 동물실험(전임상)을 통해 iCP-NI가 코로나19와 유사한 RNA 바이러스 감염성 중증 폐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셀리버리는 현재 본격적인 임상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임상에도 진입하지 못한 점을 들어 셀리버리가 iCP-NI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데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근본적인 원인인 바이러스를 제거하기보다는 바이러스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 옵션의 하나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증 패혈증 치료제 'iCP-NI',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나
5일 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의 주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중 하나인 iCP-NI는 '감염성 급성간염 패혈증(Sepsis Due to Infectious Acute Hepatitis)'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고 최근 동물실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iCP-NI는 세포·조직 투과성 융합 펩타이드 치료 물질이다. 과도한 급성 염증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인한 중증 패혈증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전 특이적 항염증 치료 효능을 갖고 있다. 중증 패혈증은 심각한 장기 부전이 동반된 패혈증을 말한다.
iCP-NI의 작용 기전의 핵심은 과도하게 발현되는 사이토카인을 억제해 일종의 과잉 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는 것이다.
외부에서 병원성 세균 및 바이러스 등이 침투하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환자의 몸에서 과도하게 면역력이 증가하며 사이토카인이 과발현된다. 그 결과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게 되고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등과 같은 병원성 침입자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와 혈관계도 공격해 방어체계 시스템을 망가뜨리게 되면서 패혈증으로 이르게 된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이 높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과발현시킬 수 있는 위험한 병원균에 감염될 경우 전신 또는 장, 간, 폐 등 주요 장기에 중증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CP-NI는 기존의 항바이러스 제제(바이러스 증식 억제제)와 달리 병원성 바이러스에 의해 유도되는 우리 몸의 과도한 방어체계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잠재운다"며 "사이토카인에 의해 유도되는 실질적인 사망의 원인인 파종성 혈관 내응고나 장기 부전 등 중증 패혈증을 억제해 생존율을 높이는 항염증 치료 신약"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코와 목에 접촉해 염증을 유발하는데, 현재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폐로 침투해 염증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기가 있어야 할 폐포(허파꽈리)에 액체(고름)가 차게 해 호흡 곤란으로 일부 사망에 이르게 한다. 5일 기준 국내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40명에 달한다.
최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한 결과, 주요 사망 원인은 폐 손상이며 특히 기도 하부와 폐포에서 염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폐 조직이 손상되면서 점액이 새는 삼출성 병변이 심해져 폐 안이 점액으로 가득 차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도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등을 치료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며 "앞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인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나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례에서도 사이토카인 폭풍에 의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셀리버리는 본격적인 iCP-NI 임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에는 iCP-NI 임상을 위해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GMP)에 부합되는 수준의 펩타이드 합성 전문 위탁생산기관(CMO)과 임상시료 대량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올해 초에는 경희의료원과 iCP-NI 임상 자문 계약을 맺었다.
◇"임상 등 많은 시간 소요…항바이러스 제제 아니어서 치료옵션에 그칠 수도"
다만 업계 일각에선 빠른 시간 내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셀리버리가 동물실험을 통해 iCP-NI가 코로나19와 유사한 RNA 바이러스 감염성 중증 폐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까지 신약을 개발하는데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를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3상을 승인을 받았다"며 "반면 이제 임상을 준비하고 있는 iCP-NI는 아직 원래 작용기전으로 승인된 약물도 아닌 데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 증식 억제제인 반면, iCP-NI는 코로나19로 발생한 폐렴을 치료하는 기전이어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과거 사스나 메르스도 완치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지 않은 만큼 iCP-NI도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옵션에 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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