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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연초특수 명암]'소외된 A' '외면받는 BBB'…볕들 날 멀었다③수요예측 투심 '싸늘'…금리·펀더멘탈·하이일드펀드 혜택 일몰 변수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11 15:12:03

[편집자주]

일반적으로 1분기 공모 회사채 시장은 연초특수를 누린다. 북 클로징 후 지갑을 닫았던 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을 재개하면서 수요 우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시작은 괜찮았다. 2월 중순까지 공급량 폭발은 여전했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 지속, 코로나 19사태 등으로 수요 위축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 효과의 조기종료 여부와 부채자본시장에 퍼지고 있는 수급 불안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공모 회사채 발행량은 역대 최대기록을 경신했지만 AA급과 A급, BBB급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A급 공모채 발행물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 수요예측 참여도도 시원찮았다. BBB급도 마찬가지다. 발행물량은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지만 수요예측 참여 금액은 지난해보다 줄면서 경쟁률이 큰폭으로 저하됐다.

절대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메리트가 줄어든 탓이 컸다. 더욱이 펀더멘탈에 대한 투자자 우려도 한결 높아졌다. 당분간 이런 기조가 지속되면서 상반기까지 A급 이하 비우량채 투심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A급 발행물량 감소…경쟁률 저하

9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A급 공모채의 모집금액은 1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했다.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더욱 줄었다. 공모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3조79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0.9% 줄어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발행사들이 적극적으로 증액발행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최종발행금액은 모집금액보다 2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출처: 더벨플러스
수요예측 경쟁률이 3배 정도로 떨어진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공모채 시장이 호황을 보였던 2018년과 2019년 수요예측 경쟁률은 각각 4.9배, 5.1배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A급 공모채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6조원 넘게 몰리기도 했다.

민평금리 대비 조달금리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좋은 편은 아니다. 올 들어 2월까지 공모채를 발행한 A급 기업 중 효성화학, 한국토지신탁, 한화건설, LS전선의 조달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책정됐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모집금액 대비 증액을 결정한 것이 금리 상승의 결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2018년, 2019년 증액비율이 훨씬 높았는데도 조달금리가 민평금리보다 웃돈 기업이 각각 한 곳밖에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심지어 한국토지신탁은 2000억원 모집에 1650억원의 자금만 몰리며 미매각 사태를 겪기도 했다. 2018년과 지난해 연초에는 미매각을 겪은 기업이 없었다.

다만 5년 장기물 수요는 비교적 견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A급에서 장기물은 5년물이다. A급 5년물 비중은 지난해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전체 발행량의 28%를 차지했는데 올해도 이 정도 비중이 유지됐다. 조달금리도 대부분 민평금리보다 낮거나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됐고 경쟁률도 4.3배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금리메리트가 부각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BBB급 역대급 발행물량에도 투자자는 외면

BBB급은 역대 최대규모의 발행물량을 기록했다. 올 들어 2월까지 BBB급 공모채 모집금액은 255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2.1% 증가했다. 최종 발행금액은 38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8.9% 증가했다. 발행사도 한결 다양해졌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에 나섰던 BBB급 기업은 오케이캐피탈, 한진, 두산인프라코어 3곳이었지만 올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한항공, AJ네트웍스, 두산인프라코어, 키움캐피탈 등 모두 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출처: 더벨플러스
그러나 기업의 공모채 발행의지에 비해 투자심리는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쟁률은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모집금액은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지만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463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11%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경쟁률은 1.8배로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증액비율도 51%대에 머물렀다.

조달금리도 대부분 공모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됐다. 대한항공, AJ네트웍스는 공모희망금리밴드의 최상단 수준인 +20~30bp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다만 키움캐피탈은 금융채Ⅱ 등급민평 수익률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등급민평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희망금리밴드 하단보다 조달금리를 낮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BBB급 공모채 발행량은 증가했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하반기 금융시장이 나빠질 것을 대비해 연초에 발행이 몰렸을 뿐 시장상황은 예년만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라임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금리메리트까지 떨어진 탓이 컸다. 3년물 BBB+ 등급민평은 1월 2일 5.2%대였지만 2월 28일 4.9%까지 떨어졌다.

◇AA급과 양극화 심화…투심 회복까지 변수 많아

공모채 시장의 투자심리는 당분간 양극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AA급 투자심리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준을 이어가더라도 A급과 BBB급 투심은 싸늘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A급 공모채의 거품이 빠지는 것”이라며 “과거 A급이면 무조건 투자하던 투자자들도 금리메리트가 약화하고 펀더멘탈 우려가 부각되면서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BBB급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BBB급 크레딧 스프레드는 실적 등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금리 메리트가 회복되더라도 신용리스크 부각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기에 투자심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말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일몰하는 점도 투심 위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전체 자산의 45%를 BBB+ 등급 이하의 채권으로 구성하는 상품을 말한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주요변수로 꼽혔다.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할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기준을 완화하면서 A급과 BBB급 금리메리트가 낮아도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 상태로 유지될 경우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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