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SB, IFRS17 도입 '2023년' 무게…보험업계 '숨통' 트나 위원들 '연기 의견' 반영한 스태프페이퍼 공개…이달 말 이사회서 결정
김장환 기자공개 2020-03-12 10:37:4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0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 결정을 앞두고 이를 2023년까지 늦춰야 한다는 위원들 의견에 무게가 실린 '스태프 페이퍼(STAFF PAPER)'가 나왔다. 스태프 페이퍼는 IASB 이사회 의결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문서다. IFRS17 도입 시기가 1년 더 미뤄지면 자본 확충에 급한 국내 보험사들도 숨통을 틀 수 있다.10일 업계에 따르면 IASB 이사회 구성원들의 의견 등을 담아 최근 작성된 스태프 페이퍼에는 IFRS17의 효력을 2023년 1월 이후 혹은 연간 감사보고서가 시작되는 기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겼다. 이와 연동된 금융상품회계기준(IFRS9) 도입도 같은 시기까지 늘려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수 의견이 '연장'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이번 스태프 페이퍼는 IFRS17 도입 시기 안건을 직접 의결할 이사회를 열기 전 이에 대한 쟁점과 구성원 의견이 어느 쪽에 실리는지 사전에 살펴볼 목적으로 작성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IASB 위원들의 토의 내용과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등을 중심으로 내용이 꾸려졌다. IASB 위원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영국·독일·프랑스·미국·캐나다·브라질·호주·중국·일본 등 14개국 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IASB 이사회 의결 방향성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로 볼 수 있다. 스테프 페이퍼를 작성, 공유하는 이유 자체가 시장에 미리 '시그널'을 주기 위한 목적이란 평도 있다. IASB는 이르면 이달 내 이사회를 열고 IFRS17 도입 시기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기준서는 올 상반기 나올 전망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장기보험상품 등에 대한 부채 계상 몫이 대폭 늘어나 지급여력(RBC)비율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해마다 보험업계 합산 4조원 넘는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를 적기에 하지 못하고 있는 소규모 생명·손해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시 도산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국내 보험업계는 이를 이유로 IFRS17 도입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국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도입 시기 연장을 통해 대비를 보다 철저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수 국가들도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17을 2023년까지 2년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IASB에 오래 전부터 전달해왔다. 하지만 IASB는 2018년 11월 이사회를 열고 2022년까지 1년만 더 연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IFRS17 도입 시기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던 IASB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건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최근 앞장서 추가 시기 연장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알려졌다. 특히 EU 국가들은 현실적으로 2022년 초 회계기준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IFRS17의 2022년 도입이 당장 이달 확정되더라도 EU 의회 승인을 받는데 또 1년 반 넘는 기간이 걸려 적기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IFRS17을 제때 도입한 곳은 한국과 호주 정도만 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국가 등이 대거 빠지면 IASB 처지도 곤란해진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등 당국도 EU 등이 도입 시기를 미루면 굳이 국내 보험사에만 이를 서둘러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최근 보이고 있다. 초저 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IFRS17을 서둘러 도입하면 국내 보험사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IASB가 도입 시기를 2022년으로 확정하더라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통해 그 시기를 늦추는 게 가능하다는 평이다.
IASB 이사회를 거쳐 IFRS17 도입 시기가 '연장'으로 확정되면 국내 다수 보험사들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2년의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되면 자본확충안 절차도 보다 여유를 갖고 단행할 수 있다. 전산 시스템 교체 등 IFRS17 도입 대비를 위한 제반 절차도 시간을 보다 더 갖고 준비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이달 말 확인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월말쯤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2023년 도입을 권고하는 스태프 페이퍼가 나왔다"며 "스태프 페이퍼를 기본 자료로 IASB 이사회 의결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IFRS17 도입 시기 연기 쪽으로 무게가 실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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