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리베이트 의혹, 대한항공 주총도 영향권?11.56% 쥔 2대주주, '일반투자'로 보유목적 변경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13 08:30:3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2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과거 항공기 구매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오는 27일 주주총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된다. 조원태 회장의 직접적인 관여 여부와 상관없이 위법 사실이나 의혹만으로도 주주들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특히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 전날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정해 실제 낙마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진그룹은 이달 말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을 보름 앞두고 항공기 구입과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처음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채 의원은 에어버스가 대한항공 등에 항공기를 납품하며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프랑스 경찰로부터 확인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후 사실 여부와 조 회장의 관여 여부를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의혹 확장에 앞장서고 있는 건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한진칼 주주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다. 이들은 한진칼 주총 직전 조 회장의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건수’라도 잡았다는 듯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한진그룹도 총력 방어에 나섰다. 이번 의혹이 조 회장 등 현 경영진과 전혀 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제 불법행위 확인시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주주연합이 조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만큼 이번 리베이트 의혹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한진칼 주총일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종 입장을 정할 때도 이번 논란을 감안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 주총도 영향권에 들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총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대한항공 주총은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한진칼과 달리 다소 조용히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KCGI 등 반대세력이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는데다 오너일가의 이사 선임안 같이 민감한 내용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안 처리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리베이트 의혹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캐스팅 보터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기준 지분 10.63%를 보유한 2대주주다. 심지어 지난달 대한항공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연금은 아직 대한항공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리베이트 의혹을 눈여겨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오너일가 등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전 회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진걸로도 확인 가능하다. 리베이트 의혹 역시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기업가치 하락 등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염두에 둔 채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 선임안과 정관변경안 등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우기홍 사장과 이수근 부사장의 임기가 이달 중 만료됨에 따라 주총에서 두 사람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기로 했다. 이사선임안 가결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정관변경안도 올렸다.
문제는 이사선임안과 정관변경안 모두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사항'이라는 점이다. 일단 이번 주총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 정관을 고쳐야 다음 주총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내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번에 정관을 손보기로 했다고 해석한다. 그래야만 내년에 조 회장의 이사연임안을 상대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11.56%)와 높은 이사선임 기준이 맞물려 조 전 회장의 연임안 처리가 무산됐던 경험이 있다. 당시 해당 안건은 출석 주식 기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조 전 회장은 과반의 표를 얻고도 20년 만에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바로 다음해이자 상대적으로 이슈가 덜한 올해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며 또 다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대한항공 주요 주주는 한진칼(33.36%), 국민연금(10.63%) 등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주총을 앞두고 리베이트 의혹이 확산되며 결과 예상이 어려워졌다"며 "대한항공은 남은 기간 의혹 해소에 주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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