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대 무위…'공인받은' 정의선 부회장 체제 '힘 실어준' 국민연금, 현대모비스 안건 모두 찬성…코로나19 탓 주주 현장 방문 최소화
김경태 기자공개 2020-03-19 08:40:1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8일 13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가장 주목받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주총을 앞두고 외국계 투자자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안건 통과 여부에 더 관심이 모였다.하지만 외인들의 반대는 무위에 그쳤다. 과거 정 부회장 선임 안건에 깐깐함을 보였던 국민연금의 찬성이 큰 힘이 됐다. 정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이사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 성과를 거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정 부회장 체제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외국계 반대 의사표시, 주총 전 긴장감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14일 주총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37에 있는 현대해상화재보험 강남사옥에서 정기주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의안은 5개로 3호의안에는 정 부회장을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포함됐다.
그 뒤 외국계 투자자들은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밝혔다. 특히 정 부회장 재선임에 대해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BCI), 캐나다연금(CPPIB),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 플로리다연금(SBAFlorida)이 반대했다.
CPPIB와 CalPERS, CalSTRS 3곳은 반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BCI는 반대 사유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점을 거론했다. SBAFlorida는 겸직 문제를 지적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도 등기임원이라는 점을 언급한 셈이다. 반대 사유를 가장 길게 밝힌 곳은 OTPP이다. 이사회에 여성이 없어 성별 다양성이 결여된 점을 지적했다.
외국계 투자자 중에는 다른 안건에 반대한 곳들도 있었다. 1호의안 '재무제표(이익배당) 승인'의 경우 CalSTRS와 OTPP, SBAFlorida 3곳이 동의하지 않았다. 3호의안 중 칼 토마스 노이먼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CalSTRS와 OTPP 2곳이 반대했다. 칼 토마스 노이먼을 감사로 선임하는 4-1호의안은 OTPP도 가세해 3곳이 반대했다.
외국의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이 일부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현대모비스로서는 주총을 앞두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의 투자자와 일반 주주들이 동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깐깐한' 국민연금의 찬성, 정의선 부회장 체제 성과 인정
현대모비스가 이날 개최한 정기주총에 출석한 주주 주식 수는 8015만 4291주다. 의결권 있는 주식 수 9343만7159주의 85.8%다. 주총은 오전 9시부터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안건으로 올라온 5개 의안은 모두 통과됐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지만 무위에 그친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에 힘을 실어 주면서 안건이 모두 통과되는데 보탬이 됐다. 국민연금은 작년말 기준 현대모비스의 지분 11.13%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자동차(17.24%)에 이어 2대 주주다. 5개 의안 모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과거 현대모비스의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지는 않았다. 2017년 3월에 열린 정기주총에서 정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기권' 하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달 7일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는데 현대모비스도 대상에 포함했다. 이 때문에 찬반 여부가 더 주목받았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면서 그간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혁명 대비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작년 연결 매출은 38조487억원, 영업이익은 2조359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2%, 16.5% 증가했다. 정 부회장이 작년 현대모비스 이사회 참석률을 대폭 개선해 이사로서의 의무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을 차단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과거보다 더 깐깐한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 부회장의 재선임을 찬성한 것은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가 엘리엇의 등장 등에 영향받아 가로막혔다.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인정은 보탬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대비, 철저한 준비
현대모비스는 정기주총을 개최하면서 코로나19가 전파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달 9일 주총소집공고 정정공시를 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문을 밝혔다. 되도록 전자투표나 위임을 활용한 의결권 행사를 부탁했고, 현장 방문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했다.
이날 방문한 주총장 입구에서는 IR팀과 회계팀 등 직원들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주주들을 맞이했다. 체온 측정 등을 진행한 뒤 문제가 없는 경우에 주총장에 입장하도록 했다. 주주들에 전자투표나 위임을 독려한 영향으로 이날 현장에 직접 방문한 일반 주주는 20여명 수준이었다.

주주들의 현장 방문이 최소화되면서 주총장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다. 박정국 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총을 진행했다. 정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자인 장영우 영앤코 대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일부 주주들은 안건에 관해 질의하면서 사측의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주주들에 올해 사업 계획을 밝혔다. 그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조직 구조와 기업 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점 추진 사항으로는 △인재와 신기술을 중심으로 미래경쟁력 선도적 확보 △미래 변화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책임경영 강화 △조직 문화 혁신에 속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잭 지속 실천 4개를 언급했다.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올해도 잉여현금흐름의 20~40%에 달하는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분기 배당도 지속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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