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그룹을 출입처로 처음 접했을 때 크게 의아했던 점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서열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위상이 농협그룹 임원 중 다섯번째라고 들었다. 농협중앙회에 속한 회장과 부회장, 농업경제 대표, 축산경제 대표, 상호금융 대표 그 다음에 자리했다.둘째는 회장과 은행장의 임기다. '2+1(2년 임기 후 1년 연임)'을 은행권 공식처럼 알았는데 농협은행장은 1년, 더욱이 연임 사례도 거의 없었다. 최근 물러난 이대훈 행장은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했지만 조기 퇴진했다. 3년은 고사하고 2년도 채우지 못했다. 지주 회장도 연임 사례는 김용환 전 회장이 유일했다.
금융지주 회장의 내부 서열이 낮다는 건 그만큼 외부에서 경영권에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초단기 CEO는 '레임덕'이 짧은 기간 내에 도래할 수 있고, 또 임기 동안 책임 혹은 도전 의식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로 생각됐다.
NH농협금융의 인사 구조는 그만큼 정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직접 만나본 지주나 은행 임직원 상당수가 공감하는 사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결론적으로 농협중앙회에 종속돼 있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간섭이 핵심 이유로 손꼽혔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경분리를 단행하고 신용사업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맡겼다. 독립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금융지주의 독립적 의사결정은 예나 지금이나 이뤄지지 않는다.
기형적 인사 구조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금융지주가 직접 갖고 있어야 할 은행장 등 자회사 인사까지 중앙회 입김이 과도하게 미치고 있었다.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수년 동안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이미 확정된 수장도 4년 단임제인 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뒤바뀌는 인사 폭풍이 불어 닥친다. 다른 금융지주들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다.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사회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뤄진 NH농협금융지주 임추위는 회장과 은행 등 자회사 CEO 선출이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임추위가 미리 뽑아둔 임원들도 중앙회장이 바뀌면 '일괄 재신임'을 물어야 하는 처지이고 이사회는 이를 방어해주지 않는다. 이사회 본연의 '경영 견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신경분리가 무색해진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를 이루려면 감독당국의 강력한 '지원 사격'이 절실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당국 담당자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눈초리다. "중앙회가 워낙 힘이 강해 건드릴 수 없고, 회장 순위는 (전국 지역) 조합장 뒤"라고 얘기하는 당국 인사까지 있었다. 중앙회의 경영간섭을 둘러싸고 농협은행 내부에 팽배한 불만의 목소리를 귀기울였으면 한다.
만약 이대훈 행장 같은 사태가 시중은행에서 벌어졌더라도 금융감독원이 과연 두고 보기만 했을지 의문이다. 이 행장은 지난해 12월 연임이 결정됐지만 올 1월 중앙회장이 바뀌자 직접적인 압력을 받아 지난달 사임했다. 이를 둘러싼 내부 잡음은 여전하고 감독기구는 바라만 보고 있다.
농협금융의 현 상황을 우두커니 지켜만 본다면 4년 뒤, 또 그 뒤에도 달라질 건 없을 듯하다. 단임제인 이성희 중앙회장의 임기는 2024년 1월 끝나고, 새로운 중앙회장의 시대가 또 다시 시작된다. 신경분리를 실현한지 8년이 흐른 지금도 농협중앙회는 스스로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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