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콘텐츠업 리포트]'K-콘텐츠' 열풍, 코로나19 이후 승부 본다CJ ENM 선두, 글로벌 마켓 정면겨냥…넷플릭스·텐센트 OTT 플랫폼 통한 돌파구 모색
조영갑 기자공개 2020-03-31 08:33:31
[편집자주]
'오스카 4관왕'에 오른 기생충 이후 한국 영상 콘텐츠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에 ‘K-Contents’가 침투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영상 콘텐츠의 가치를 재입증해주고 있다. 더벨은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전방에서 활약하는 기업을 조명해 발전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5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국면만 마무리되면 한국 영화를 비롯한 K-콘텐츠(한국 영상 콘텐츠)는 글로벌에서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제작되고 소비될 것이다. 그 역사적 변환을 이끈 것은 누가 뭐래도 기생충이다."익명을 요구한 영화제작사 대표의 말이다. 칸 영화제, 아카데미 영화제 등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주요 상을 석권하자 K-콘텐츠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영화, 드라마 및 애니메이션 산업의 변방에 있던 나라가 일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수익을 집계하는 모조(Mojo)와 더 넘버즈(The Numbers)에 따르면 3월 12일 현재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관객 수익으로만 2억7000만 달러(한화 3400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비 135억원 대비 25배의 수익을 거뒀다. IPTV 등 2차 판권의 수익까지 더하면 수익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기생충을 기폭제로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발 빠르게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고 있다. CJ ENM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전담하면서 오스카 4관왕을 달성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생충을 기점으로 CJ ENM의 문화콘텐츠 도전기는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CJ ENM, 美 제작사 스카이댄스 지분인수…글로벌 정면 겨냥
CJ ENM은 올해 2월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미국 유명 제작사 스카이댄스(SKYDANCE MEDIA)의 지분 인수에 참여하면서 할리우드 진출을 공식화했다. 스카이댄스는 2006년 미국 유명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앨리슨이 설립한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월드워Z,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의 영화와 넷플릭스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 얼터드 카본 등을 제작했다.
아울러 VFX(특수효과) 전문기업인 덱스터 역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덱스터는 CJ ENM의 관계사다. CJ ENM은 2월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6.75%까지 덱스터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2018년 덱스터는 영화제작 자회사 덱스터픽쳐스를 설립해 영화, 드라마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2019년 12월 개봉한 영화 '백두산'으로 약 9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현재 류승완 감독의 '탈출 : 모가디슈'를 제작하고 있다.
덱스터는 VFX 기술을 기반으로 CJ ENM의 할리우드 진출에 힘을 보탠다. 덱스터가 개발한 VFX 소프트웨어 '질로스 퍼(Zelos Fur)'와 확장 버전 'ZENN(Zelos Node Network)'은 이미 초기작인 미스터 고,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향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덱스터 관계자는 "할리우드 VFX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전략으로 VFX 작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덱스터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약 70억원의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 VR 테마파크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굴지의 부동산 기업인 다롄완다그룹과 콘텐츠 납품 계약을 맺고 광저우, 우시, 쿤밍 등에 테마파크 설립 관련 VFX 용역을 제공하기로 했다. 헝다그룹이 하이난 섬에 건설하고 있는 테마파크 콘텐츠 납품 역시 체결했다.
◇OTT 서비스 확대로 콘텐츠 생산, 구매 패턴도 변곡점
넷플릭스 등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확대 이후 영상콘텐츠 제작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양상도 변하고 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이 경우 확정된 매출과 안정적인 배급이 가능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개봉하는 경우 제작비의 전액 혹은 상당 부분을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글로벌 판권을 넷플릭스가 소유하는 형태의 계약을 맺는다. 제작사는 IP(지적재산권)에 따른 부가수익을 노릴 수 있다.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와 가장 협업이 활발한 업체다. 최근 개봉한 킹덤 시즌2까지 총 4편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했다. 2019년 개봉해 글로벌한 화제를 모았던 시즌1의 경우 매회 당 20억원의 제작비, 총 120억원을 에이스토리가 수취했다. 시즌2 역시 유사한 수준이다. 자체 제작한 시그널의 경우 중국에 IP를 판매해 리메이크되면서 텐센트에서 방영되고 있다. 에이스토리는 2019년 3분기 14억원의 IP 관련 매출을 올렸다.
CJ ENM의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스카이댄스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OTT 드라마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이미 넷플릭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합의했다. 언더그라운드6, 얼터드 카본, 그레이스 앤 프랭키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다수 제작한 스카이댄스와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댄스의 주요 주주 텐센트는 중국 4대 플랫폼 텐센트비디오를 갖고 있다"며 "CJ ENM은 넷플릭스에 이어 중국을 겨냥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텐센트 등 중국의 OTT는 국내 IP 판권을 사 리메이크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상반기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냥의 시간'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사냥의 시간은 싸이더스가 제작하고, 리틀빅픽쳐스가 투자 배급한 영화다. 2월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2월 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순제작비로 90억원의 투입됐다. 마케팅 비용을 합치면 약 120억원 수준의 총제작비가 사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리틀빅픽쳐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넷플릭스 개봉을 택했지만 이는 역으로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가 제작 기획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창구가 다변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은 과제는 플랫폼의 다변화와 확보한 IP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