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투자자 자발적 손실보상, 신영증권의 셈법은 고객별 보상비율 차이 둘 듯…불완전판매 이슈 해소 기대
이효범 기자공개 2020-03-26 08:17:3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4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영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키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논의를 본격화하는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일부에서는 향후 판매사와 투자자들 사이에 불거질 문제를 고려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리 합의를 도출해 고객들과의 신뢰를 제고하는 동시에 불완전판매 이슈에서도 한층 자유로워지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다.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판매한 라임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을 일부 보상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신영증권은 일선 PB들을 통해 라임펀드에 투자한 개별고객들과 협의해 보상비율을 결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각 고객별 보상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개별 고객들의 상황 등에 따라 보상비율에도 차이를 두는 것으로 관측된다.
신영증권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지 펀드 규모는 개인 649억원, 기관 241억원 등 총 890억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상금이 300억~400억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판매사로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전체 보상금액이 어느정도 수준이 될지는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판매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다만 금융투자업 규정에서는 판매사나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불명확하면 사적 화해 수단으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법무법인 2곳을 통해 보상행위로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포괄적으로 검토,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 특히 KB증권이 호주 부동산 펀드 손실에 대해 이같은 규정을 적용해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한 선례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업계에서는 신영증권의 결단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제기된다. 대형 증권사 고위 임원은 "아직까지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보상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 그리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을지 의문"이라며 "이처럼 판매사 한 곳에서 선제적인 자발적인 보상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만큼, 다른 판매사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라임펀드의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고객별 협의를 통해 보상비율을 결정, 보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실시할지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특히 향후 라임펀드를 통해 회수 가능한 투자금을 감안할지도 관건이다. 예컨데 1억 투자자에게 보상비율 50%를 적용해 5000만원을 보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후 라임펀드 손실률이 50%로 확정돼 최종적으로 투자금 5000만원을 회수한다면 이 자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할지도 관심사다.
신영증권 측은 이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처리 방안을 마련해두긴 했지만 개별 고객과의 협의사항인 만큼 세부적인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보상안이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게 신영증권의 기본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신영증권은 라임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발적인 보상에 나서면서 투자자 신뢰회복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판매사가 자발적으로 보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원금 회수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소송전에 돌입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매사 입장에서는 증권사를 이용해온 고객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발적인 보상안을 마련해 고객 달래기에 나서면서 증권사와 고객이 직접 대치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불완전판매 이슈에서도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보상을 가능하게 하는 건 금융투자업 규정에 예외적으로 명시된 '사적 화해' 차원이다. 이는 앞으로 판매사와 투자자가 앞으로 다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신영증권의 보상안에 합의할 경우 투자자는 불완전판매 이슈 등의 추가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역시 판매사들에게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제재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97억1000만원, 167억8000만원의 과태료와 업무 일부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6개월 정지) 등의 조치에 처했다. 특히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제재심의 판단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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