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제주항공 새 곳간지기 이정석 상무, 당면 과제는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재무구조 개선 책임자 분리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08 08:21:08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7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와 재무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인한 항공업계 재편 당시 이스타항공을 품기로 결심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스스로의 재무상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과제들을 완수해야 한다.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초 이스타항공 인수와 재무구조 개선을 책임질 담당자를 분리해 각각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점이다. '투트랙'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 셈이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태윤 상무에게 이스타항공 M&A 총괄을 맡기면서 AK플라자 출신 이정석 상무를 CFO 자리에 새로 앉혔다.
제주항공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재무기획본부장 자리에 이정석 상무가 새로 등판했다. 지난해까지 해당 역할을 맡아온 김태윤 상무가 이스타협력단장 겸 정보전략본부장 대행으로 발령나면서 공석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애경그룹은 김 상무가 온전히 이스타항공 인수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CFO 교체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목표 중 하나가 이스타항공 인수라는 점이 고려된 결정이다. 김 상무에게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될 것을 우려해 이를 조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김태윤 상무가 이스타협력단장으로 발령 나면서 이정석 상무가 CFO 업무를 맡게 됐다”며 “이스타항공 인수작업 수행에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 등이 고려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애경그룹이 이 상무를 제주항공으로 발령낸 가장 큰 이유는 전임자인 김 상무의 빈자리를 ‘티 나지 않게’ 채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상무는 최고경영진의 두터운 신뢰를 기반으로 수년간 제주항공의 곳간지기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온 인물이다. 2013년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이래 6년 넘게 재무를 총괄해 왔다. 심지어 해당 기간 수차례 대표이사 변동이 있었으나 김 상무는 늘 그 자리 그대로였다. 김 상무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관리하며 제주항공이 질적·양적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실사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이스타항공 인수TF를 직접 이끌며 두각을 나타냈다. 애경그룹은 아예 김 상무를 이스타협력단장으로 임명해 기업실사와 가격협상 등을 직접 주도하도록 했다. 이스타항공 최종 인수가격이 양해각서(MOU) 당시 보다 150억원 낮아진 데는 김 상무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뒤를 이어 CFO 역할을 맡게 된 이 상무로서는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우고 자신의 역할을 확립해 나가는 게 급선무다. 특히 1년새 급격히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도 이뤄내야 한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공급과잉 등의 여파로 영업손실 329억원, 순손실 331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이래 처음 적자를 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2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고 부채비율은 351%로 대폭 확대됐다. 회계기준 변경 등의 영향으로 2018년 마이너스(-)였던 순차입금이 3500억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올 1분기는 상황이 더욱 안 좋다. 제주항공은 다른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늘길이 끊기며 제대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무담보로 운영자금 400억원을 긴급 지원해줬으나 지금의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달 중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스타항공 인수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 후에는 제주항공 재무 안정화도 이뤄내야 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971년생인 이 상무는 숭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MBA를 마친 재무통(通)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AK홀딩스에서 기획담당 부장을 지냈고, 이후 AK플라자로 자리를 옮겨 4년간 경영기획본부장(CFO)으로 활동했다. 특히 AK플라자로 전보이동하며 처음 임원(상무보)을 달았다. 2017년 말 상무로 승진해 올해로 3년차가 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 상무는 AK플라자에서 CFO를 맡았던 재무전문가"라며 "애널리스트 간담회와 해외 기업설명회(NDR)를 추진하는 등 외부업무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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