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07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면세사업자)의 반란과 10년 대계를 걱정해야 하는 인천국제공항. 3개월전 시작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I) 제4기 면세사업권 입찰전'의 현주소다.몇년전까지만 해도 공항 면세사업권은 유통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다. 한류 열풍과 중국 관광객의 방한이 맞물리면서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매년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폭발적 매출 성장 속에서 사업자들은 현금을 쓸어담았다.
당시 유일한 고민은 5년마다 돌아오는 인천국제공항과의 점포 임대 재계약과 관세청의 사업권 갱신이었다. 5년마다 치뤄지는 면세사업권 입찰전에서 사업자들은 막대한 임대료를 써내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는 하늘끝까지 치솟았고 인천국제공항의 현금 주머니는 터질 듯 가득찼다. 오죽했으면 2018년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T2)이 면세점 임대를 통해 번 돈으로 지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 황금알을 낳은 사업은 출혈 사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드 사태로 중국이 한한령을 발동하자 면세사업자들이 막대한 임대료 부담을 수익으로 상쇄하기 어려워졌다. 일부 사업자는 사업권을 반납했고 영업이익률은 1%대로 주저앉았다.
결국 5년이었던 면세 사업권 유효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났고 임대료 책정 방식도 다양해졌다. 면세사업권 유효기간 10년이 적용된 T1 제4기 면세 사업권 입찰전은 면세사업자에게도, 인천국제공항에게도 모두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의 욕심이 모든 것을 망쳤다.
10년간 변동성 없는 임대수익을 원한 인천국제공항은 고정 임대료 체제를 고수했다. 여기에 매년 여객 증감에 따라 최대 9%까지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제2여객터미널의 여객증감률 연동 임대료 체제, 입국장 면세점의 매출연동 임대료 체제에 비해 면세사업자들에게 불리하다. 얼핏 생각하면 고정임대료를 받다가 여객이 늘면 그 다음해 임대료를 더 내고 여객이 줄면 임대료를 덜 내는 합리적인 체계처럼 보이지만 여객 감소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면세사업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고정임대료로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임대료 인상까지 부담해야 하는 제도인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인상 꼼수를 알면서도 사업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여했던 면세사업자들의 불만은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자 폭발하고 말았다.
사업권을 낙찰받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해버리며 인천국제공항에 반기를 들었다. 절대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의 반란이 시작됐다.
인천국제공항은 또 다시 입찰을 진행해야 하지만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빠진 상황에서는 유찰이 불가피하다. 결국 세번째 입찰전부터는 울며겨자먹기로 임대료를 깎아줘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이로 인해 10년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인천국제공항의 달콤한 꿈은 깨져버렸다. 절대 갑의 입장에서 시장과 불통(不通)하며 자신의 이익만 고수해 온 인천국제공항이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셈이고 이것이 곧 세계1위를 부르짖는 인천국제공항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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