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1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면세산업은 심각한 외부 악재에도 불구 매출 고성장을 이뤄낸 대마불사(大馬不死)다. 사드 한파에도 지난해 매출 2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점포가 휴업하고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으나 위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는 이유다.그러나 이는 면세점 '점포'만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면세산업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물류센터가 흔들리고 있는 탓에 업계 내부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매출 급감으로 물류센터에 적재된 물품은 줄지 않고 해외 주문 물량은 지속해서 밀려들어 오고 있다. 큰 말의 심장이 터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점포는 한산한데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면세점 물류센터는 적재공간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다. 더 이상 물품을 쌓을 곳이 없자 일부는 복층 구조로 변경해 적재 공간을 임시로 늘릴 정도다. 물류센터 직원은 보세구역을 나타내는 경계선이 야속할 따름이다.
면세품이 보세구역 경계선을 넘어가면 밀수입으로 간주돼 행정제재가 뒤따른다. 행정제재 대상이 된 면세사업자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심하게는 면세품 반입정지와 영업정지 명령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류센터 포화가 더 가속화되긴 했으나 이는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한 대기업 면세점은 면세품을 보세구역 외에 적재했다가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물류센터를 확충해야 된다고 요구했는데도 방안과 대책도 없이 행정제재의 대상만 됐다”고 호소했다.
실제 면세점 물류센터의 수용 능력은 초과됐거나 포화가 임박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물류창고별 수용비율은 제1통합물류센터(롯데·신라면세점) 136%, 제2통합물류센터(롯데·신라·동화·두타·신세계면세점) 93%를 기록했다. 이외의 물류센터는 인천 자유무역지역 내 타사의 창고를 임시로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면세점협회는 제3통합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제자리를 걷고 있다. 자유무역지역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인천공항과의 갈등으로 인해 임대차 계약서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세계 면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면세산업의 실상이다.
고위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물류센터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정부는 고용 창출 목적으로 면세점 점포만을 증가시켰다"며 "이는 마치 대마불사에 족쇄를 채워놓고 큰 마차를 끌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산업은 민·관·협이 힘을 합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면세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은 가운데 미래를 기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민·관·협이 맞손을 잡아야 할 때다. 업계는 물류센터에서 그 결실을 보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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